[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한희재 곽혜미 기자] "아버지께서 많이 자랑스러워하세요. 앞으로도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도록 잘하고 싶어요."

두산 베어스 우완 이영하(22)는 '모태 두린이'다. 이영하는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두산과 LG의 어린이날 시리즈를 관람했다. 두산이 원정이라 3루 쪽에 앉아 응원한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영하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관중석에서 관람한 경기였다. 

두린이는 야구 선수로 성장해 2016년 신인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시속 150km짜리 공을 던지는 우완 정통파로 기대를 모았다.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구속 욕심은 버렸는데, 요즘 페이스가 좋다 보니 최고 구속 150km를 종종 기록한다. 

이영하의 아버지는 아들이 선발 등판하는 홈경기면 빠지지 않고 잠실야구장을 찾는다. 

이영하는 "아버지가 친구들이랑 친해서 같이 와서 응원하신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 가끔 내 욕도 한다고 하시더라(웃음). 어릴 때부터 서울에서 하는 경기는 거의 다 직접 와서 보셨다. 내가 야구 선수가 되고, 1군에서 뛰니까 많이 좋아하신다. 앞으로도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도록 잘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프로 데뷔 3년 만에 기량을 꽃피우며 아버지가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성적을 내고 있다. 이영하는 올 시즌 7경기에서 5승 45이닝 평균자책점 1.60을 기록하고 있다. 선발투수로 완전히 전향한 첫해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이영하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믿어주시는 만큼 하고 싶다. 선발을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어렵게 얻은 자리라 놓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 자리가 생겼을 때 오래 유지하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또래 후배들에게 이영하는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한다. 2018년 1차 지명 우완 곽빈(20)은 이영하와 마찬가지로 입단 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있다. 곽빈은 재활을 마치고 복귀해 이영하처럼 마운드에 서는 게 목표다. 이영하 대신 선발로 한번쯤은 던져보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이영하는 "(곽)빈이가 약간 귀여운 스타일이라 말도 안되는 농담을 잘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지난해 대체 선발로 들어갔을 때 빈이랑 (박)신지가 올라와서 안 밀리려고 애를 썼었다. 고맙게 생각한다. 빈이는 일단 캐치볼부터 열심히 했으면 한다(웃음)"고 덧붙였다.

선발투수로서 목표는 규정이닝이다. 이영하는 "규정이닝을 꼭 던져보고 싶다. 내가 로테이션을 안 거르고 꾸준히 던졌다는 거니까. 내가 나올 때는 불펜이 쉴 수 있게 하자는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필드박스 인터뷰를 하면서 생애 2번째로 관중석에 앉아봤다는 이영하. 야구 선수 생활을 마치고 3번째로 관중석에 앉으면 어떤 기분일까. 이영하는 "야구장이 어떻게 보면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좋지만은 않은 자리다. 관중석에서는 부담 없이 경기를 즐기고 싶다. 똑같이 응원석에 앉아서 응원하고 맥주도 마시고 신나게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한희재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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