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타구에 소녀가 맞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알모라 주니어(가운데)는 여전히 악몽과 싸우고 있다. 당시 알모라 주니어를 위로하는 제이슨 헤이워드(왼쪽)와 조 매든 감독(오른쪽)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알버트 알모라 주니어(25·시카고 컵스)는 올 시즌 가장 불운한 선수일지 모른다. 5월 30일(한국시간) 휴스턴과 경기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한 소녀가 맞는 장면을 꼼짝없이 눈에 담아야 했다. 

4회 무사 1,2루에서 알모라 주니어가 친 날카로운 타구는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불운하게도 경기를 보고 있던 한 소녀를 덮쳤다. 이 소녀는 보호자와 즉시 병원으로 향했다. 자신의 타구를 주시하고 있었던 알모라 주니어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을 그대로 목격해야 했다. 

알모라 주니어는 즉시 망연자실한 반응을 보였고, 이내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제이슨 헤이워드, 하비에르 바에스가 위로했고 심지어 조 매든 시카고 컵스 감독까지 나섰으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안 휴스턴도 한참이나 경기가 지연되는 과정에서도 어필하지 않았다. 그 슬픔은 야구장의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다.

알모라 주니어는 여전히 악몽과 싸운다. 지역 유력 언론인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알모라 주니어는 31일 휴식일을 거의 침대에서 지냈다. 경기 후 “지금으로서는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괴로운 심정을 드러낸 알모라 주니어의 충격을 짐작할 수 있는 일화다. 병원을 찾아가기도 어려웠다. 소녀의 가족은 개인 정보 보호를 요청했고,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답답한 상황이다.

알모라 주니어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고 휴식일을 떠올리면서 “나도 두 아들이 있다. 여전히 힘들다”고 했다. 조 매든 감독은 “그는 훌륭한 젊은이다. 가족도 있고, 아이도 있다. 나는 그 장면에서 그의 행동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가 기분을 전환하고 다시 플레이를 계속하는 것은 더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두둔했다.

아직 소녀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일단 타구를 맞은 뒤 의식은 있었던 것으로 보여 생사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전부다. 파울 타구를 맞아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미국에서도 “이번 기회에 보호 그물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관전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여론도 있어 실제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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