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팬들이 생각 없는 주루를 한다고 많이 그러셨죠”

고종욱(30·SK)은 자신의 별명을 알고 있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프로 생활 초창기 너무 의욕만 앞선 경우가 있었다는 것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고종욱은 그 별명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 더 성숙한 프로선수가 됐다고 믿는다. 고종욱은 “많이 나가보고, 또 많이 죽어보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안 죽으려고 끊임없이 생각하다보니 지금은 팀에 도움이 되는 주루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곱씹었다.

고종욱은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주자이자, 한편으로는 몇 안 되는 3할 타자이기도 하다. 고종욱은 3일까지 55경기에서 타율 0.311, 2홈런, 22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이제는 SK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발돋움했다. 타석에 들어서면 안타에 대한 기대감, 루상에 나가면 도루와 거침없는 주루 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SK 팬들은 실로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감정임에 분명하다.

시즌 초반 SK 타격이 잘 되지 않았을 때 고종욱의 가치는 환히 빛났다. 4월 한 달은 고종욱이 승부처에서 팀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많은 안타는 물론 결정적인 순간 적시타로 빛났다. 그리고 한 베이스가 더 필요할 때는 발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겉으로 보는 기록도 뛰어난 편이지만, 그 이상의 공헌도를 제공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3각 트레이드는 지금까지 분명 성공적이다.

▲ 뛰어난 안타생산능력과 빠른 발로 무장한 고종욱은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임을 증명했다 ⓒSK와이번스
사실 트레이드 이후부터 시즌 초반까지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나름대로 자신의 타격을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날이 더 많았다. 스프링캠프까지만 해도 “큰 부담은 없다. 주위에서도 많이 도와주신다”고 했던 고종욱은, “신인처럼 한 번 해보자 했는데 못하니까 부담이 많이 생기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고종욱은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고,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고종욱은 다른 선수들의 영상을 부지런히 찾아 봤다. 고종욱은 어떤 선수의 영상을 봤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말할 수 없다. 시즌 막판까지 좋은 활약을 펼치면 그때 말씀 드리겠다”고 웃으면서도 “잘 치는 선수들이나 나에게 맞는 것을 많이 보면서 했는데 그게 딱 맞아 떨어진 것 같다. 계속 준비를 했던 게 여기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슬럼프 탈출은 노력의 결과였다.

팀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는 고종욱이다. 그에 맞춰 많은 준비를 했다. 전성기 시작을 예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종욱은 “팀에 필요한 게 주루 쪽이나 타격이었고 그래서 나를 뽑아온 것 같았다”면서 “내가 생각했던 야구와 지금 야구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내가 신인 때부터 했던 공격적인 야구가 지금 야구와는 잘 안 맞더라. 요즘 야구에 맞춰 쳐보자고 생각했고 올해는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그 변신의 과정에 있다. 고종욱은 스프링캠프에서 “타율에 비해 출루율이 낮다는 문제를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한 번에 되지는 않는다. 고종욱도 “올해보다는 내년, 내년보다는 그 다음 해 더 발전하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지금 쌓이는 실패는, 분명 고종욱의 남은 야구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껏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했던 선수이기에 더 큰 기대가 걸린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