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과 5일 모두 두 번째 투수로 나서 합계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대활약한 SK 박민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SK는 주중 고척 키움 3연전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화요일과 수요일 나설 선발이 모두 펑크가 났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수요일 선발 등판 예정이었던 문승원은 종아리 부상으로 1군에서 빠진 상황이었다. 복귀를 이날로 잡기에는 너무 일렀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교체 변수까지 생겼다. 헨리 소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화요일 선발로 예정된 브록 다익손을 부득이하게 웨이버 공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5일 선발로 대기하던 이케빈을 4일로 당겼다. SK는 3일까지만 해도 5일 선발로 누구를 쓸지 결정하지 못할 정도였다. 최근 2군에서 2이닝을 던진 이승진을 낙점했지만, 이케빈이나 이승진이나 모두 5이닝을 던지기에는 투구 수가 덜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다. 이케빈은 70~80개, 이승진은 그보다 아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선발 로테이션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반면 키움은 에릭 요키시와 최원태가 차례로 등판했다. 두 선수, 특히 최원태는 SK가 절대적으로 약했던 기억이 있었다. 누가 봐도 키움의 연승 분위기였다. 하지만 야구는 역시 몰랐다. SK 선발의 뒤에는 철벽 불펜이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가 박민호였다. 대활약으로 팀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예상대로 두 대체 선발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4일 이케빈은 3이닝 1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3회까지는 그럭저럭 잘 버텼으나 3회 타구에 맞은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4회 무사 만루에서 강판됐다. 이승진도 2이닝 2실점을 기록한 채 임무를 마쳤다. 누가 봐도 9회까지는 멀어 보였다. 그러나 SK 불펜은 이틀 연속 이 고난이도 방정식을 풀었다. 박민호가 선봉에 섰다.

4일에는 4회 무사 만루에서 박민호는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1점으로 막아내며 경기가 조기에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박민호가 2이닝을 막고 불을 끄자 정영일 김택형 김태훈 하재훈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막아냈다. 거의 완벽한 계투 작전이었다.

5일에는 4일보다 1이닝 더 많은 7이닝을 막아야 했다. 여기서도 박민호가 첫 주자로 나섰다. 박민호는 2이닝 동안 39개의 공을 던지는 혼신투로 키움의 도망가는 발걸음을 잡았다. 타선이 0-2로 뒤진 3회 5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하자 다시 불펜투수들이 줄줄이 올랐다. 강지광 서진용 김태훈 정영일 하재훈이 역시 1이닝씩을 쪼개 키움을 무득점으로 틀어막았다.

5일 경기 후 염경엽 SK 감독도 "어제, 오늘 두 경기 연속 박민호가 믿음직스러운 투구로 마운드에서 키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며 박민호를 위닝시리즈의 일등공신으로 뽑았다. 박민호는 5일 승리투수의 감격도 안았다. 입대 전인 2015년 8월 26일 KIA전에서 4이닝 무실점 구원승을 거둔 이후 1379일 만이었다. 

이틀간 불펜 소모가 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2승을 거두며 한결 여유 있게 마지막 경기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박민호가 4이닝을 잡아준 게 결정적이었다. 위닝시리즈를 거둔 만큼 연투를 한 선수들은 모두 휴식을 취하며 주말 3연전을 준비할 전망이다. 그래도 서진용 김택형 채병용 박희수는 대기가 가능하고, 이승진 대신 새 불펜 자원을 2군에서 올릴 가능성도 있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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