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의 필승공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서진용-하재훈-김태훈(왼쪽부터)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염경엽 SK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당면과제를 묻는 말에 주저 없이 “불펜 필승조 구축”이라고 답했다. 선발 로테이션이 확고한 만큼, 이제는 그간 불안했던 불펜의 퍼즐 조각을 맞춰가겠다는 것이 염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즌이 시작된 지 두 달. SK 불펜 필승조의 퍼즐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서진용(27) 김태훈(29) 하재훈(29)으로 이어지는 강속구 군단이 있다. 팬들은 세 선수의 이름을 따 ‘서태훈’ 트리오라고 부른다. 그렇게 묶일 이유는 충분하다. 각자 조금씩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이제는 똘똘 뭉쳐 팀 승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SK 불펜은 4월이 위기였다. 마무리로 낙점했던 김태훈이 흔들렸고, 셋업맨으로 봤던 정영일이 부상으로 2군에 갔다. 좌완 필승조였던 김택형의 컨디션도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분명 시작부터 위기였다. 그런데 세 선수를 중심으로 불펜이 개편되기 시작했고, 중심이 잡히자 나머지 선수들도 덩달아 안정을 찾는 분위기가 읽힌다.

5월 이후 세 선수는 수준급의 성적으로 SK 불펜을 지탱했다. 마무리로 자리를 잡은 하재훈은 5월 16경기에서 16이닝을 던지며 1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의 놀라운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4월 4일 인천 롯데전부터 6월 5일 고척 키움전까지 무려 2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으로 SK 역대 기록(정대현 26경기)과 타이를 이뤘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 이상의 구위, 그리고 강한 심장이 일품이라는 평가다.

시즌 초부터 꾸준히 중용되고 있는 서진용도 5월 이후 15경기에서 14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8홀드 평균자책점 2.45의 훌륭한 성적을 냈다. 15경기 중 13경기가 무실점이었다. 1~2경기 난조로 5.63까지 치솟았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어느덧 3.34까지 내려왔다. 평균자책점 이상으로 시즌 내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투구폼 교정으로 공에 힘이 생겼고, 포크볼의 낙차는 더 커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커브까지 섞는 등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마무리 보직을 아쉽게 내놓은 김태훈은 지난해 자리로 돌아와 맹활약이다. 주로 7·8회를 책임지는 핵심 셋업맨으로 지난해 위용을 되찾고 있다.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구속이 조금 떨어지고 제구가 안 돼 난타당하는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불안감을 상당 부분 털어냈다는 평가다. 

세 선수는 5월 이후 합계 45⅓이닝을 던져 10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하재훈이 평균자책점을 확 낮춘 가운데 세 선수의 합산 평균자책점은 1.99에 불과하다. 선발이 6이닝을 던지면, 세 선수가 나란히 나와 1이닝씩을 책임지고 승리를 마무리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5월 이후 3명 중 적어도 2명이 나온 경기에서 SK는 14승3패라는 뛰어난 승률을 거뒀다. 

세 선수 모두 아직 만 20대다. 관리를 잘하면 2~3년 이상을 충분히 이어 갈 수 있는 조합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영일의 컨디션이 살아나고 있고, 강지광 김택형 박민호까지 정상궤도를 찾아가는 등 불펜의 힘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SK가 예상보다 빨리 답을 찾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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