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미러' 총괄제작 찰리 브루커(오른쪽), 애나벨 존스.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블랙미러' 창조자들이 말하는 '블랙미러 유니버스', 인터랙티브 콘텐츠, 그리고 관자놀이 집착은?

7일 오전 서울 용산CGV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의 라이브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화상 간담회에는 '블랙미러' 제작 총괄 찰리 브루커와 애나벨 존스가 참여했다. '블랙미러'의 제작 과정, 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배경으로 다양한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실현해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어두운 상상력으로 풀어낸 SF시리즈. 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미래의 다양한 단면에서 충격과 공포, 희망을 오가는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며 두터운 마니아를 확보하는 한편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을 이어오고 있다.

각본과 제작 총괄을 맡은 찰리 브루커는 '기술'(technology)을 때로는 낙관적으로 혹은 비관적으로 바라보지만 요즘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찰리 부르커는 "언제나 걱정이 많은 편이다. 신기하게도 전세계 사람들이 걱정을 하는 순간이 오니까 좀더 희망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며 "다양한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요즘 약간 희망적인 생각을 갖고 산다.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희망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찰리 브루커는 "'블랙미러'는 나쁜 상황이 벌어지면 어쩌나에서 출발한다"면서도 "기술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기술을 어떻게 잘못 사용하고 적용하는지를 말한다. 기술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개발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미러' 시리즈 전체의 각본을 담당해 온 찰리 브루커는 "뉴스나 테크놀로지 잡지를 참고하기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발굴한다. 웃기는 상황, 이상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이야깃거리를 찾는다"고 밝혔다.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직접 쓴 초고를 다른 총괄제작자 애나벨 존스에게 보여주고 디테일을 확장해나가며 작업한다고. 그는 편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단계에선 모두가 같이하는데 95%정도는 의견 일치를 본다"며 "'블랙미러' 시리즈의 에피소드가 달라도 방향성이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는 건 그런 협업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블랙미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총괄제작에 참여해 온 애나벨 존스는 "기술의 힘은 강력하다.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블랙미러'는 사람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다룬다. 어떤 취약점을 가지고 이야기해나가는지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 '블랙미러' 총괄제작 찰리 브루커. 제공|넷플릭스
'블랙미러 유니버스'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찰리 부르커는 "초콜릿 상자"에 시리즈를 비유하며 "어디서 어떻게 어디서부터 봐도 괜찮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엔 쌉쌀한 다크 초콜릿이 가득 들어있는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맛들이 들어있고, 각 부분을 모르더라도 개별 에피소드를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우리의 원칙이라면 쇼의 리스트를 보면서 타이틀, 설명만 읽고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나벨 존스는 "'블랙미러'는 한 개인이 겪는 일의 스토리이자 개인의 딜레마다. 그 과정에서 기술 떄문에 당면하는 어려움은 현재의 기술일 수도 있고 근미래의 기술일 수도 있다. SF보다는 가까운 근미래를 다루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11년 영국 방송사 채널4에서 출발한 '블랙미러'는 2016년 시즌3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다. 애나벨 존스는 "영국 TV채널인 채널4에서 방송될 때는 47분 정도로 구성돼 3개 에피소드 정도를 만들었다. 넷플릭스로 가면서 길이나 에피소드를 좀 더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플랫폼이 변해 좀 더 도전적으로 야심차게 이야기를 만들 길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찰리 브루커는 "(채널이나 미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서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다 보니 짧은 콘텐츠가 늘어나기도 한다. 저는 저희의 콘텐츠가 어떻게 소비되고 어떻게 전해지는지를 고민하기보다 무엇이 설득력있는 콘텐츠인지를 먼저 고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찰리 브루커는 "저희 첫 두 시즌은 전통적 TV 미디어를 통해 주간에 방송됐다. 그러면 운이 없는 일도 생긴다. 같은 시간 축구 경기가 있을 수도 있고 뉴스 때문에 쇼가 취소될 수도 있다"며 "저희 쇼는 에피소드마다 이야기가 다르고 다른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런 일이 있으면 시청률이 떨어질 수 있다. 때문에 에피소드별로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데 사람들이 주저했다면 요즘엔 다르다"고 깊었따. 그는 "일종의 영화제 같다. 어떤 에피소드를 어떤 순서로 관람해도 상관없다. 과거엔 할 수 없던 영화제 같은 쇼를 만들게 됐다는 게 오늘날의 변화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블랙미러' 총괄제작 찰리 브루커, 애나벨 존스. 제공|넷플릭스
찰리 브루커는 관자놀이에 붙이는 반구 형태 VR(가상현실) 접속 기기가 계속 등장하는 데 대해 "한번 디자인하면 계속 갖다쓰는 게 쉽다. 다른 생각을 안한 게 아니지만 시안들이 형편없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관자놀이 아니라 다른 곳 어디를 원하는지 알려주신다면 괜찮나 보고 적용해보도록 하겠다"고 웃음짓기도 했다.

'블랙미러' 시리즈는 지난해 관객이 직접 스토리 전개를 선택할 수 있는 참여형 에피소드 '블랙미러:밴더스내치'를 선보이며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혁신을 알렸다.

각본과 제작 총괄을 맡은 찰리 브루커는 "'밴더스내치'는 원래 시즌5의 일부가 될 예정이었던 에피소드였다"며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스미더린'의 극작과 비슷하게 했다. 점점 늘어났고 촬영하니 5.5시간이 되더라"로 설명했다.

그는 "때문에 단독영화로 출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선보이게 됐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시즌5가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찰리 브루커는 '제2의 '밴더스내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인터랙티브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가능하다. 직접 참여했다고 해야할지, 관람했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밴더스내치가 나온 모습이 저도 마음에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밴더 스내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캐릭터에 관심을 쏟아주시는 점 등을 기쁘게 봤다"며 "인터랙티브한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개인 플랫폼에서 이정도 규모로 만들어진 일은 없었기에 더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저도 의미있었다"면서 "뮤지컬, 형사물이 새로운 장르인 것처럼 인터랙티브 쌍방향 미디어 또한 새로운 장르가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블랙미러' 시즌5는 지난 5일부터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시즌5는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스미더린', '레이철, 잭, 애슐리 투' 등 3개 에피소드로 이뤄졌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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