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범죄도시' 감독과 인기웹툰 원작, 그리고 김래원.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감독 강윤성·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은 재료의 맛이 각기 살아있는 삼합같다. 전체를 감싸안는 건 강렬한 만화적 기운이다.

목포를 주름잡던 조직 보스 장세출(김래원)은 어느 날 재개발 철거 용역을 맡아 시위 현장에 나섰다가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에게 그만 뺨을 맞는다. 대찬 강단에 반하고 만 장세출은 그녀의 한 마디에 조직도, 나이트클럽도 버리고 '좋은 사람'이 되기로 한다. 장세출은 건달 출신 정치인으로 지금은 노인들을 위한 1000원 국밥집을 하는 황보윤(최무성)을 무작정 찾아가 허드렛일을 시작한다. 한편 3선을 노리던 국회의원 최만수(최귀화)는 무소속 황보윤의 선전에 안절부절하다 세출과 앙숙인 폭력조직 보스 조광춘(진선규)을 끌어들인다. 이가운데 세출은 우연히 버스 추락 사고에서 시민을 구하며 일약 '목포 영웅'으로 거듭나고, 국회의원까지 출마하게 되는데….

'범죄도시' 감독과 '해바라기' 김래원의 만남. 그리고 제목부터 목포를 내세운 조직 보스의 국회의원 도전기. 하지만 원작이 웹툰이란 걸 잊어선 안된다. 느와르의 기운이 폭발하는 청불 액션이나 정치색 짙은 풍자극이 될 거란 기대는 시작부터 배반당한다. 상남자 장세출을 움직이는 건 어디까지나 '사랑' 때문이니까. 그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날 이렇게 대한 건 니가 처음이야'라는 마음속 목소리가 들려올 듯한 건 다분히 의도적 연출이다. 그러니 준비하시라. 만화다운 황당 전개가 아쉬움이라면, 그조차 박력있게 밀어붙이는 게 '롱 리브 더 킹'의 미덕. 그 흐름에 그냥 몸을 맡기는 게 따귀 한 방에 인생개조를 결심한 순정마초의 직진 행보를 재미있게 따라가는 방법이다.

▲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 스틸
688만 관객을 불러모은 데뷔작 '범죄도시'부터 크든 작든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애정을 듬뿍 담아냈던 강윤성 감독의 장기는 '롱 리브 더 킹'에서도 여전하다. 능청스런 극사실주의 범죄물이었던 '범죄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툭툭 터지는 유머, 한방이 있는 액션도 만화적 기운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다만 때로는 지극히 만화적이다가, 때론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해 어수선한 느낌도 든다.

그럼에도 2시간의 반전 인생 역전극을 따라갈 수 있는 덴 배우들의 힘이 크다. 최귀화와 진선규는 야비하지만 미워만은 할 수 없는 악당 콤비로 '범죄도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의리의 카메오들도 곳곳에서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김래원이란 배우의 강한 흡인력이다. 다부진 체구, 구릿빛 피부에 '아재'스런 패션센스를 더한 전라도 조폭 보스지만,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이 아니라 수줍게 김동률의 "첨으로 사랑~한다 말~하던 날"을 부르는 남자 장세출은 김래원 아닌 다른 이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캐릭터와 배우가 착착 붙는다. 로맨틱 코미디부터 섭렵한 로맨티스트의 따스함, 13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해바라기'의 뜨거움도 새삼 떠오른다. "이 장세출이, 국회로 보내주쇼!"하는 연설을 듣고 있자면, 내 한 표 기꺼이 그에게 던지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6월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P.S. 엔딩 뮤직비디오는 놓칠 수 없는 보너스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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