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고비를 이겨낸 루친스키는 이제 KBO리그 최고 투수 대열로 들어섰다 ⓒNC다이노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첫 두 경기 보고는 저 친구 버티겠나 싶었죠”

이동욱 NC 감독은 팀 외국인 투수 드루 루친스키(31)의 시즌 첫 2경기를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루친스키는 3월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3월 24일 삼성전에서는 5이닝 동안 1실점했으나 4사구 7개를 내줬다. 3월 30일 한화전에서는 2이닝 동안 무려 8실점(6자책점)하고 그대로 무너졌다.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수다. 코칭스태프도 당연히 비상이 걸릴 만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특급 반전이다. 이후 질주를 거듭한 루친스키의 현재 평균자책점은 1.88이다. 14경기에서 91이닝을 던지며 5승(3패)을 기록했다. 세부 지표를 보면 리그 어떤 투수도 부럽지 않은 성적이다. NC의 에이스 칭호도 달았다.

그렇다면 이 특급 반전에는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이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다른 쪽에서 해답을 찾는다.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자세가 좋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워낙 공격적이고 제구가 좋은데다 구속까지 좋다”고 루친스키의 장점을 설명한 뒤 “조언을 받아들이고 이를 실험하며, 또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높게 평가한다. 야구는 똑같지만 환경은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사실 한국에 오는 외국인 투수들은 대개 수준급 경력을 자랑한다. 자신의 능력만 발휘하면 쉽게 난타당할 선수들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다른 부분을 빨리 인정하고 방향성을 수정하는 것은 피칭 능력과 별개의 문제다. 말은 쉽지만 이게 금방 되지 않는다. 끝내 그 문제를 이겨내지 못하고 퇴출되는 외국인 투수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루친스키는 열린 마음으로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받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실행했다. 

결과는 최상이다. 이 감독은 “공격적이니 초구부터 치러 나올 수밖에 없다. (카운트가) 뒤로 갈수록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이제 타자들도 안다”면서 “결과가 나오면서 상대에 주는 압박감도 강해졌다. 이제는 계속 6이닝을 넘겨주고 있고, 팀의 에이스라 할 수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제는 루친스키의 공격적 성향을 타자들이 역이용하러 나설 때다. 고비가 찾아올 시기다. 이 감독도 “최근 LG와 키움 타자들을 보면 적극적으로 나오더라. 코스를 노리는 타자도, 구종을 노리는 타자들도 있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럴수록 루친스키가 제구와 공의 움직임에 더 신경을 쓴다. 몰리면 맞을 수밖에 없는데 워낙 커맨드가 좋다”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조용하게 자신을 바꾼 루친스키가 이제는 리그를 지배하는 조용한 강자로 떠올랐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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