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월 18일 은퇴식을 갖고 20년 프로 인생을 마감하는 이범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20년의 프로 생활을 접는 선수치고는 얼굴이 밝았다. 생각했던 절차고, 큰 미련은 없다고 했다. 이제는 새로운 인생을 준비할 때라고도 했다. 18일 전격 은퇴를 선언한 이범호(38·KIA)는 담담하게 그간의 경력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KIA는 18일 이범호의 은퇴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이범호는 구단을 통해 “후배들과 팀의 미래를 위해 선수 생활을 마치기로 결심했다”면서 “향후 지도자로서 후배들과 함께 즐겁고 멋진 야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KBO리그 통산 1995경기에 뛴 이범호는 오는 7월 13일 광주 한화전에서 은퇴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범호는 2000경기까지 남은 5경기를 적절하게 소화하고 유종의 미를 장식할 전망이다. 4월 27일 이후 1군 기록이 없었던 이범호는 19일 광주로 합류했다. 

박흥식 KIA 감독대행은 “훌륭했던 선수고, 인격적으로도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선수다. 아쉽다”면서 “2000경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등록 시기는 상황을 봐야겠지만, 중요한 상황에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범호도 "마지막 타석에서 팬분들에게 박수를 받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범호와 일문일답.

은퇴를 발표했는데 심경은?

구단에서 오늘(18일) 기사가 뜬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팀이 돌아가는 분위기나, 내가 올라갔을 때 경쟁력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판단할 수는 없었다. 내가 판단했을 때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내려오자는 생각을 35살 정도부터는 했다. 올 시즌 하면서 이제는 ‘그만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프링캠프 끝나고 올라가서 경기를 하고 (2군에) 내려올 때쯤 (은퇴) 생각을 했다. 

가장 아쉬운 기록은?

내가 타율이 좋은 것도 아니고, 여러 면에서 콘택트는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내세울 것은 홈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351개는 꼭 한 번 넘고 싶었다. (이)승엽이형 기록은 못 갈 것 같고, 양준혁 선배 기록은 넘고 싶었다. 그간 했던 것처럼 20개 정도씩 치면 나오는 개수였다.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아홉수에 걸렸다. 그런 부분이 아쉬운 것 같다. 그것 외에는 아쉬운 게 없다.

▲ 취재진과 만나 은퇴 결심을 설명하는 이범호 ⓒ김태우 기자
가족들의 이야기는?

내가 가족들을 설득을 했다. 더해야 내년까지였다. 다른 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없었다.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아내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흔쾌히 이해를 해줬다. 

타이거즈 입단 외 선수로는 첫 은퇴식인데?

뿌듯하다. 우승도 했고 명문팀에서 은퇴를 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 첫 번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이 팀에 온 게 나한테는 한 단계 올라가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내가 야구를 하면서 튀는 스타일은 아니라 서울이나 이런 곳에 다녀도 누군지 못 알아봤는데, 광주에서는 야구 선수에 대한 환대가 있었다. 이 팀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게 가장 좋겠다는 생각에 은퇴라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프로 처음에 들어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화 지명을 받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시골 선수를 2차 1번으로 뽑았다는 감동도 생각이 난다. KIA에서 한국시리즈 우승할 때 만루홈런 쳤던 기억도 많이 남는다. 프로에 못 들어올 줄 알았는데 지명을 받았고, 막상 마지막 날이 되니 기억이 많이 남는다.

WBC 활약도 많이 이야기하는데?

홈런을 쳤어야 했는데(웃음). 역회전으로 안 들어왔다면 홈런도 노려볼 수 있었는데,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에 가는 최고의 선수였다. 말도 안 되게 뽑혀서 가서 잘했다.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꽃범호라는 별명이 남았는데?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다시 야구인으로서 야구판에서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영원히 함께 할 것 같다. 지도자가 되거나 다른 쪽 일을 하고 있어도 팬분들의 생각은 영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감정으로 마음 속에 새기겠다.

내년 지도자 연수 계획은?

확실히 결정이 되지는 않았다. 9월에는 일본 팀으로 넘어갈 생각인데 중간에 잘 안 받아준다. 10월이나 11월까지는 (공부를) 하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은 한 번 경험해서 길게는 안 가도 될 것 같다. 구단하고 상의가 되면 내년에는 미국에 가서 1년 정도 공부해보고 싶은 게 지금으로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일정이다. 야구 공부도 해야 할 것 같다. 기록만 가지고 선수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나?

나는 화려한 선수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3할도 제대로 많이 못 쳤다. 중요할 때는 한 방씩 치는, 야구를 너무 좋아했었던, 내 자리를 잘 지켰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평범함이 가장 좋지 않을까(미소). 마지막 인사는 2000경기하고 하겠다. 5~7번의 마지막 타석은 즐겁게 치고 잘 마무리하겠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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