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사직 키움전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나종덕(왼쪽)과 투수 장시환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부산, 고유라 기자]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젊은 포수들은 다함께 '성장통'을 겪고 있다. 

롯데는 2017 시즌을 마치고 주전 포수 강민호를 삼성에 떠나보낸 뒤로 두 시즌 째 포수 영입 없이 육성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롯데는 22일 기준 폭투 66개로 리그 최다를 기록 중이고, 특히 중요한 상황에서 폭투가 나오면서 경기를 내주는 '임팩트' 큰 장면을 여러 번 연출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시즌 내내 팀의 큰 문제점 취급을 받고 있는 포수들을 보는 마음이 남다른 이들은 바로 롯데 투수진이다. 자신의 공을 받아주지 못할 때면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경험 없는 포수들의 아쉬운 플레이가 오롯이 선수들만의 잘못은 아니기 때문에 투수들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있다.

그래서 투수들은 포수들에게 더욱 기운을 불어넣으려 노력한다. 22일 사직 키움전에서 4-1 승리를 거둔 뒤 포수 나종덕은 취재진에게 "투수조 형들이 우리가 실수해도 항상 괜찮다고 해주고 먼저 잘 챙겨준다. 정말 미안할 정도로 고맙다"고 말했다. 나종덕은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나종덕은 투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구승민의 이름을 꺼냈다. 지난 13일 잠실 LG전에서 끝내기 폭투를 내줬던 게 여전히 마음에 걸렸던 것. 나종덕은 "승민이 형이 그때 괜찮다고 이야기해줬지만 이후로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 너무 미안해서 계속 마음이 쓰였다. 앞으로 자신감을 다시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런 포수들을 바라보는 투수들의 마음을 대변한 선수는 장시환이다. 이날 나종덕과 호흡을 맞춰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선발 장시환은 포수들에 대한 질문에 "(나)종덕이, (안)중열이, (김)준태"라고 포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다 우리가 안 믿으면 누가 믿겠나. 믿어주고 계속 잘한다고 격려를 해주면 자신감이 더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고 미소지었다.

장시환은 이어 "투수가 잘 던지면 포수도 같이 성장하는 거다. 폭투는 투수도 잘못하는 거다. 투수와 포수는 같이 잘 되든 같이 못 되든 함께 하는 것"이라며 '배터리 호흡'의 중요성을 되짚었다.

포수 육성은 유난히 다른 포지션에 비해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격과 수비, 경기 리드가 모두 능숙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하기 때문. 팀의 무리한 포수 육성 전략에 상처가 난 것은 결국 투수와 포수다.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두 포지션의 선수들이 서로를 보듬어가며 성장통을 함께 이겨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유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