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요에니스 세스페데스(29)가 없던 뉴욕 메츠는 올 시즌 먼발치에서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는 팀이었다. 그러나 세스페데스 합류와 함께 메츠는 강팀이 됐고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패권을 거머쥐었다. 세스페데스 돌풍은 정규시즌을 넘어 가을 야구 정복까지 노리고 있다.

10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 메츠와 서부지구 1위 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이 열린다. 두 팀은 각각 제이콥 디그롬과 클레이튼 커쇼를 선발 투수로 예고한 가운데, 세스페데스 돌풍이 다저스까지 집어삼킬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다.

메츠는 7월을 마쳤을 당시 워싱턴 내셔널스에 2게임 차 뒤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였다. 그리고 뒤집기를 위해 트레이드 마감일(8월 1일)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루이스 세사와 마이클 풀머를 내주고 세스페데스를 데려왔다. 공격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메츠의 올 시즌은 세스페데스 합류 전후로 나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스페데스가 합류하자마자 메츠는 파죽의 4연승으로 워싱턴을 끌어내리고 선두에 올랐다. 연승 행진은 7까지 이어졌다. 메츠는 8월에만 20승(8패)을 수확하며 상승가도를 달렸고, 워싱턴은 이 기간 12승 17패로 부진하면서 두 팀의 승차는 6경기 반으로 벌어졌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메츠는 지난 2006년 이후 9년 만에 1위를 차지하면서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다. 맷 하비가 이끄는 '영건 사총사'에 관록의 바톨론 콜론까지 더해진 선발진은 막강했다. 무엇보다도 메츠가 성공적인 시즌을 만든 데에는 강력해진 타선의 공이 컸고 그 중심에는 세스페데스가 있었다.

세스페데스가 오기 전까지 메츠 타선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후안 유리베에게 5번 타자를 맡길 정도로 중량감이 떨어졌다. 실제로 전반기 메츠 팀 타율은 0.23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였고 장타율은 0.363으로 29위에 그쳤다. 전반기 75개 홈런 가운데 12개를 루카스 두다에 의존했을 정도로 쏠림 현상도 심했다. 장타력 증강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과감하게 '예비 FA' 세스페데스를 영입했고 그 효과는 엄청났다. 세스페데스는 8월에만 8홈런 23타점을 몰아쳤다. 팀 전체에 시너지 효과도 일어나면서 메츠 타선의 8월 승리기여도는 8.5로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 타율 0.275(8위), 출루율 0.337(5위) 모두 상승했고 무엇보다도 장타율이 0.479(3위)로 크게 뛰어올랐다. 세스페데스의 활약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고 현지에서는 팀을 지구 우승으로 이끈 공을 높게 평가해 내셔널리그 MVP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정규 시즌을 강타했던 세스페데스 돌풍은 가을 야구로 넘어왔다. 첫 목적지는 다저스타디움이다. 세스페데스에게는 낯설다. 올해를 포함해 빅리그 4시즌 동안 단 한 번도 다저스를 상대한 적이 없다. 다저스타디움은 물론 투수들과도 첫 만남이다.

현지 언론은 세스페데스가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1차전과 2차전에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라는 특급 원투펀치가 상대 선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스페데스는 겁내지 않았다. 지난 7일 훈련을 마치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두 선수 모두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공을 던지는 투수다. 다른 생각 하지 않고 즐기겠다"라고 다짐했다.

몸 상태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세스페데스는 지난 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도중 왼손에 공을 맞고 교체됐다. X-레이 검진 결과 가벼운 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주변에 우려를 안겼다. 그러나 세스페데스는 이에 대해 "완벽하다. (경기에서) 싸울 준비 됐다"라고 밝히면서 주변을 안심시켰다.

ESPN은 세스페데스가 이번 시리즈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약점까지 함께 분석했다. 가장 큰 장점은 공격. 세스페데스는 특히 우완 상대로 강한 능력을 과시했다. 올 시즌 기록한 35홈런 가운데 27개를 우완을 상대로 뽑았다. 타율도 0.310에 달한다. 특히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와 몸쪽에서 14홈런 타율 0.443으로 매우 강했다. 유일한 흠은 높은 공이었다.

이어서 세스페데스가 타석에 등장하면 다저스 야수들은 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강한 타구'를 만드는 타자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다. 세스페데스가 올 시즌 날린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93.2마일(약 150km) 로 메이저리그 전체 5위에 해당한다. ESPN은 다저스가 세스페데스를 막기 위해서는 시프트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스페데스는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이 당겨친 타자 25인에 속하는 동시에, 밀어친 타구가 가장 적은 타자 15인에 해당한다. 실제로 수비 시프트가 적용되지 않았을 때 0.315인 타율은 적용 시 0.251로 떨어진다.

가장 큰 약점은 좌완이다. 세스페데스는 올 시즌 디트로이트에서 좌완 상대 타율 0.183, OPS 0.565에 그쳤다. 메츠로 건너오면서 5홈런 타율 0.281로 조금 나아졌으나 약점은 남아있다. 우완 상대와 마찬가지로 '높은 공'이다. 아래로는 해법을 찾았으나 위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시즌 세스페데스가 좌완을 상대해서 스트라이크 존 위를 노려 뽑은 안타는 단 1개에 그친다. 이에 ESPN은 커쇼를 비롯해 브렛 앤더슨, 알렉스 우드, J.P 하웰 등이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노릴 것으로 전망했다.

세스페데스의 수비도 놓칠 수 없다. 세스페데스는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송구가 일품인 외야수다. 지난해 어시스트 16개(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시즌에도 13개(6위)를 뽑았다. 수비 범위도 넓다. 올 시즌 외야에서 1334⅔이닝을 책임지면서 UZR(수비 범위로 얼마만큼의 점수를 지켜 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 15.6을 기록했다. 올 시즌 팀 도루 59개(26위)에 그칠 정도로 느린 다저스를 상대로 세스페데스의 추가 진루 억제 능력이 빛날 수 있다.

메츠는 물론 세스페데스 본인에게도 이번 포스트시즌은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다가오는 겨울에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후반기에 보여준 세스페데스의 활약에 여러 팀이 군침을 흘리고 있고, 세스페데스는 6년 이상의 계약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출전했던 직전 2년간의 포스트시즌에서는 모두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 무대는 계약 규모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진1] 세스페데스 ⓒ Gettyimages

[영상] 세스페데스 활약상 ⓒ 스포티비뉴스 송경택

[사진2] 세스페데스 핫 존 ⓒ ES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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