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포스트시즌 선발진 운용은 단순했다. 시리즈 1, 2차전을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으로 쓸어 담고 3차전에서는 남은 투수들을 쏟아붓는 방식이었다. 존슨과 실링은 막강했다. 그해 포스트시즌 11경기(존슨 6, 실링 5) 선발 마운드를 책임지면서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 시즌 LA 다저스 마운드 상황은  2001년 애리조나가 오버랩 된다. 당시 약물 시대를 평정했던 존슨(내셔널리그 사이영상)과 실링(사이영상 투표 2위)처럼 잭 그레인키와 클레이튼 커쇼가 시즌을 장악했다. 구성이 좌완-우완인 점도 같다. 또 다른 공통점은 압도적인 원투펀치에 비해 후속 선발진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자격으로 디비전시리즈에 나선다. 상대는 동부지구 1위 뉴욕 메츠. 두 팀은 10일(이하 한국 시간)과 1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1, 2차전을 치른다. 다저스 선발투수는 커쇼와 그레인키가 예고된 가운데 메츠에서는 제이콥 디그롬과 노아 신더가드가 차례로 나선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디그롬이 한 단계 성장하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으나 그레인키와 커쇼에게 미치지 못한다. 그레인키의 올 시즌은 완벽했다. 지난 4월 8일 샌디에이코 파드리스를 상대한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6이닝 1실점 하면서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했다. 이후 31경기에 등판, 단 한번도 평균자책점이 2.00에 도달하지 않았다. 꾸준히 호투한 결과 시즌 평균자책점 1.66을 만들었다.

커쇼의 올 시즌은 그레인키처럼 '완벽'이라고 설명하기는 힘들다. 시즌 초반 흔들린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역 최고 투수답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난 6월까지 3점대였던 평균자책점을 꾸준히 낮췄고 2.13으로 시즌을 마쳤다. 압권은 탈삼진. 301개로 2002년 존슨(334개)과 실링(316개)에 이어 13년 만에 단일 시즌 300탈삼진 투수가 됐다. 커쇼와 그레인키는 아리에타와 함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첫 2경기에서는 다저스의 압도적인 우위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장소를 옮겨 메츠 홈 구장 시티 필드에서 열리는 3, 4차전은 반대다. 다저스는 3차전 선발로 브렛 앤더슨(10승 9패 3.69)이, 메츠에서는 맷 하비(13승 8패 2.71)가 출전한다. 4차전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 다저스와 달리 메츠는 일찌감치 스티븐 마츠(4승 2.27)를 내정했다. '백전노장' 바톨로 콜론(14승 13패 4.16)은 불펜 대기한다.

다저스 선발진의 문제가 드러난다. 정규 시즌 다저스 4선발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건너온 알렉스 우드였다. 그러나 우드의 안정감이 크게 떨어진다. 시즌 초반 보엿던 안정감은 막바지에 이를수록 줄어들었고 평균자책점 4.10으로 시즌을 마쳤다. 다른 후보 마이클 볼싱어는 포스트시즌 선발 경험이 많지 않고 직전 4경기에서 승리 없이 평균자책점 7.63으로 크게 부진했다.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당시에는 류현진이 있었기 때문에 3선발 체제를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앤더슨의 안정감은 류현진보다 다소 낮다. 설상가상으로 커쇼의 포스트시즌 불안감까지 있다.커쇼는 포스트시즌에서 1승 5패 5.1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커쇼와 그레인키 중심으로 운용해야 할 마운드에 여러 변수가 있는 셈이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4차전 선발을 묻는 말에 "우드가 유력하다"라고 답했으나 "상황에 따라 커쇼가 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2001년 애리조나와 마찬가지로 마운드를 운용해야 할 처지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포스트시즌 최다 19경기에서 커쇼와 그레인키가 12경기를 책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어차피 선발은 커쇼와 그레인키라는 말과 같다. 원투펀치에 다저스 가을이 달려 있다.

[영상] NLDS 1차전 프리뷰 ⓒ 스포티비뉴스 김용국

[그래픽] 커쇼, 그레인키 성적 ⓒ 스포티비뉴스 김종래

[사진] 하비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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