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유니폼을 입은 남준재 ⓒ제주 유나이티드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가 무기력증을 떨쳐내지 못하자 좀처럼 선수 탓을 하지 않는 지도자 최윤겸 제주 감독도 쓴 소리를 쏟아냈다.

수원 삼성에 0-2로 진 7일 하나원큐 K리그1 2019 19라운드 경기로 제주는 6연속 무승(1무 5패)을 기록했다. 승점 11점에서 멈춰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에 다득점 우위로 간신히 꼴찌를 면하고 있다.

5경기째 이기지 못하며 9위까지 내려온 수원은 제주가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였다. 그러나 제주는 0-2라는 점수 차에 부합하는 경기 내용으로 완패를 당했다.

◆ 이기지 못하는 제주, 전술보다 조직력과 정신력이 문제

최윤겸 제주 감독은 "장기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져 있다 보니까 마음 같이 끌어올려지지 않는다. 경기력이 떨어지면 투쟁이라도 강해야 하는데, 두 세가지를 다 놓치고 있다. 선수들이 분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감독이 잘해야 했는데 나도 안타깝다. 능력 부족인 것 같기도 하다. 잘 안 만들어지는 것 같다."

최 감독 부임 전부터 제주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19시즌 개막 후 9연속 무승(4무 5패)이 이어져 조성환 감독이 물러났다. 최 감독은 부임 첫 경기였던 경남FC와 5월 4일 10라운드에 2-0으로 승리했다. 감독 교체 효과를 보는 듯 했으나 이후 수원 삼성, 전북 현대를 만나 차례로 패했다.

제주의 두 번째 승리는 5월 25일 강원 원정서 거둔 1-0 승리. 이후 강등권 경쟁팀인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서 1-2로 졌고, 울산 현대(1-3 패), 상주 상무(2-4 패), 성남FC(1-2 패), 대구FC(1-1 무), 수원 삼성(0-2 패)전까지 긴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최 감독은 부임 후 수비 라인은 스리백과 포백, 공격진은 투톱과 스리톱을 바꿔가며 다양한 전술을 시도했다. 잘 풀린 방식은 2승을 안겨준 포백과 스리톱이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레프트백 정우재와 주장인 라이트백 박진포의 부상, 공격형 미드필더 아길라르의 골드컵 참가로 인한 코스타리카 대표팀 차출로 전술 변화를 줘야 했다. 

시즌 중 부임, 그것도 팀이 1승도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부임한 최 감독은 전술적으로는 답을 찾아가고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선수들의 정신력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여러 변화를 줬다. 전술 변화도 주고 포지션도 바꿨다. 전혀 해답이 없는 건 아니다. 조금씩 조금씩 경기력이 나아지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다만 실점 과정이 너무 허무하다. 실점 이후 경기력이 투쟁심을 불러온다거나, 그걸 만회하기 위한 적극성, 강인한 정신 필요한 데 그런 부분이 없다는 게 아쉽다." 

새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하 장신 스트라이커 찌아구를 내보낸 제주는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2선과 측면을 오가는 마그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서지만 개인 플레이 성향이 짙은 아길라르는  좀처럼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아길라르의 경우 수원과 경기에 공격형 미드필더와 처진 스트라이커 포지선을 오갔는데, 개인 기술은 보여줬으나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는 마그노와 아길라르, 나머지 국내 선수들이 따로 노는 듯한 경기를 했다.

▲ 제주의 소방수로 부임한 최윤겸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선수 변화로 반전을 꾀하는 제주

제주의 결정적 문제는 팀 전체의 융화에 있다. 수비 라인도 알렉스가 몇 차례 실수를 범했고, 유기성이 부족했다. 전 포지션에 걸쳐 팀이 촘촘하지 못했고, 최 감독의 말대로 투쟁적이지 못했다.

최 감독은 최근 선수들에게 단행 직전 통보된 문제로 논란이 된 김호남-남준재 트레이드에 대해서도 분위기 쇄신의 차원이었다고 했다. 기존 선수들 모두에게 "너희 모두 트레이드 대상이고, 나 역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것이 프로의 세계"라며 강하게 말했다.

"김호남이 윙포워드로 많이 활약했고 포지션 변경으로 고생도 했다. 감독이 모르는 상태에서 트레이드가 진행될 수 없다. 난 미리 알고 있었다. 우리 입장에서 김호남이 안 될수 있으니까, 안되면 또 마음이 다치고. 불화도 생길 수 있는 우려도 있어서 완전한 비밀로 하고 싶었다. (남준재를 데려온 이유는) 제주 선수들이 좀 얌전하다. 승부근성, 활동량, 투쟁적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

전술을 바꾸고 선수의 포지션을 바꾸는 등 기술적 부분의 변화는 한계치에 이르렀다. 정신을 바꾸지 않으면 반등은 요원하다. 수원에 패한 제주의 10일 홈 경기 상대는 2019시즌 최용수 감독 부임 후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 우승을 노리는 FC서울이다. 지난  2018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해 최윤겸 감독의 부산을 잡고 잔류했던 서울이다. 

10일에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수원과 홈 경기를 치른다. 이날 결과에 따라 제주는 최하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최윤겸 감독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남준재를 10일 서울전에 출격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갓 입단한 남준재가 트레이드 과정의 마음 고생과 계약을 위한 제주 이동 과정에 컨디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말 경기를 쉰 남준재는 서울전을 집중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준재가 제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벼랑 끝에 내몰린 제주가 안방에서 긴 무승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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