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을 흔든 조재완(가운데)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상대가 준비를 잘하고 나온 것 같다. 전반전 빌드업 때 상대방 측면을 허용해 위험한 상황을 많이 맞았다. 후반전에 보완하긴 했다. 위협적인 공격 장면이 있었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강원FC의 스타일이 제대로 묻어난 경기력을 칭찬했다. 이번 시즌 단단한 수비를 펼치는 서울의 수비진이, 강원의 공격에 왜 흔들렸던 것일까? 경기 중 포메이션을 특정할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한 공격 전술이 서울을 혼란에 빠뜨렸다. 경기장에선 스리백과 포백, 파이브백으로, 공격진도 원톱과 투톱은 물론이고 때로 공격수가 5명이 무더기 배치되는 장면도 연출됐다.

FC서울과 강원FC는 6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9라운드에서 2-2로 비겼다. 결과는 승점 1점씩 나눠가졌으나 강원이 더 아쉬웠을 경기. 점유율에서도 56-44, 슈팅 수에서도 13-6, 유효 슈팅 수에서도 6-2로 앞서면서 경기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경기 전 김병수 강원 감독은 "서울은 서울"이라며 "좋은 공격력을 갖고 있고 수비 땐 지루할 정도로 차분하게 기다릴 줄도 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의 두꺼운 수비벽은 이미 알고 있다는 것. 하지만 김 감독은 "우리는 우리 스타일대로 할 것"이라면서 세밀하게 패스하고 공간을 활용하면서 골을 노릴 것을 예고했다.

◆ 공격만 5명 배치, 서울의 좌우 간격을 벌려라

서울이 이번 시즌 19라운드까지 치른 가운데 2실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5번. 그리고 3실점을 허용한 경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시즌 전체 실점도 18골로 전체 4위다. 공격 시엔 윙백을 적극 활용하지만 수세에 몰리면 파이브백 형태로 전환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한다. 고요한과 알리바예프가 배치되는 중원 역시 빠르고 투쟁적이라 1차 저지선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억센 수비를 공략해야 하는 강원의 포메이션은 쉽게 읽기 어려울 만큼 변화가 컸다. 수비수인 강지훈이 공격진까지 올라가 고광민과 1대1로 상대했고, 신광훈은 측면은 물론이고 최후방부터 최전방까지 누볐다. 김지현 역시 공격진과 중원을 오갔다.

공격 시 강원은 최대 5명의 선수가 서울의 파이브백에 맞춰 배치됐다. 공격수 정조국과 김지현이 중앙에서 움직였다. 왼쪽 측면 공격수 조재완과 미드필더 이현식은 서로의 위치에 맞춰 중앙과 왼쪽 측면을 오갔다. 오른쪽 측면엔 수비수 강지훈이 전진했다. 사이드라인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넓게 배치됐다.

서울의 파이브백의 강점은 촘촘한 좌우 간격이다. 덕분에 스루패스나 직접 돌파를 모두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강원이 좌우로 넓게 벌려서면서 중앙 지역에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포석을 둔 것이다. 조재완은 "서울이 파이브백을 쓰니까 저희는 공격수가 사이드에서 윙백을 잡아놓고, 중원의 선수들이 볼을 잘 차기 때문에 5명은 빌드업하고. 그렇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넓게 벌려선 강원의 공격진

◆ 조재완+정승용 효과, 왼쪽부터 시작된 공격

후방 빌드업은 강지훈을 제외한 수비수 4명(신광훈, 김오규, 발렌티노스, 정승용)과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이 맡았다.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했지만 공간이 났을 땐 긴 패스로 빠르게 방향을 전환했다.

중앙에서 공간이 확보된 효과는 왼쪽 수비수로 배치된 정승용의 활발한 공격 가담에서 나왔다. 스리백은 구조적으로 윙백 1명이 측면 수비를 도맡아야 한다. 이미 조재완 또는 이현식이 서울의 오른쪽 수비수 윤종규를 끌고 나가면서 정승용이 움직일 공간이 확보됐다. 정승용은 측면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지만 중앙 쪽에서도 미드필더처럼 볼 배급을 맡았다. 그를 주로 맡아야 할 선수는 알리바예프. 알리바예프가 정승용을 막기 위해 측면으로 움직이면서 역시 중앙에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공간이 확보된 상황에선 강원의 스타일이 살아날 수 있었다. 강원은 공격적으로 2대1 패스, 원터치패스, 리턴패스 등 간결한 패스 전개를 바탕으로 서울을 공략했다. 최용수 감독이 "전반전 빌드업 때 상대방 측면을 허용해 위험한 상황을 많이 맞았다. 후반전 보완하긴 했다. 위협적인 공격 장면이 있었다"고 평가한 이유다.

최근 물이 오른 조재완의 움직임도 빛났다. 조재완은 빠른 발과 드리블로 서울을 괴롭혔다. 동료를 활용하는 움직임에서도 합격점. 측면 돌파는 물론 중앙으로 이동하며 연계 플레이로 여러 차례 서울을 공략했다. 조재완은 "워낙 패스를 자꾸 돌리다보니까 (상대가) 많이 뛰게 된다. (우리가) 공을 잡고 있으면 수비도 체력적으로 떨어진다. 그럴 때 드리블을 하면 공간도 많이 생긴다. 점유율 축구를 하는 팀에서 드리블을 하면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빌드업을 맡은 5명의 강원 선수들. 신광훈은 오른쪽 수비수처럼 배치됐다. 강지훈은 전진한 상황.

◆ 신광훈 시프트, 빌드업과 숫자싸움

또 한 명의 눈여겨볼 선수는 스리백의 오른쪽에 배치된 신광훈이다. 신광훈은 상황에 맞게 오른쪽 측면과 중앙 수비 지역을 오갔고, 중원을 넘어 공격 지역까지 활발하게 전진하면서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은 전형적인 '스리백'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숫자 싸움에 도움을 줬다. 서울이 수비적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사실상 공격진엔 박주영, 박동진 2명이 전부.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과 중앙 수비수 2명이면 충분히 상대를 억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을 터.

신광훈의 영리한 움직임이 결국 득점으로 연결됐다. 주로 강원의 공격은 왼쪽 측면이 활발했지만, 공간이 날 때마다 중앙 수비수 신광훈이 침투했다. 전반 추가 시간 공격 지역까지 올라가면서 강지훈의 패스를 받은 뒤 크로스를 올렸고 김지현이 쇄도하면서 마무리했다.

신광훈은 "저희는 공격할 때, 수비할 때 다 계획이 있다. 연습된 것이었다. (포지션은) 저희는 스리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오른쪽 스토퍼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영이나 (김)오규나 제가 나가면 커버를 잘해주고, 또 약속도 돼 있다. 그래서 과감히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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