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정지우 감독과 김고은 정해인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 가수 유열이 처음 DJ를 시작하던 날 처음 만난 남녀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엇갈리는 상황 속에 우연과 필연을 반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레트로 감성멜로다. 제목인 '유열의 음악앨범'은 가수 유열이 실제로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제목이자, 영화의 중요한 매개다. 라디오와 함께 하는 1990~2000년대 뮤직리스트가 레트로 감성을 더욱 돋울 전망이다.
멜로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와 감독의 조합은 물론, 세 사람의 남다른 인연도 관심을 모았다. 김고은과 정해인은 2016~2017년 히트 드라마 '도깨비'에서 여주인공과 첫사랑 선배로 잠시 함께했던 사이. 김고은은 데뷔작 '은교'로 정지우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뒤 7년 만에 다시 호흡하게 됐다.
정해인은 왜 출연을 결심했냐는 질문에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많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고은과는 좋은 작품으로 다시 하고 싶었는데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정지우 감독님을 뵌 적이 있었는데 대뜸 전화번호를 여쭤봤다. 마음 속으로는 그때 사실 하고싶다는 마음을 어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김고은 또한 "저도 너무나 당연히. 정지우 감독님이 연출을 하시고 정해인씨가 출연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결정했던 것 같다"며 "시나리오가 처음에는 잔잔한 느낌을 받았는데 잔잔한 이야기 안에 큰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고은 정해인의 촉촉한 케미스트리는 영화를 가장 기대하게 하는 포인트. 김고은은 "'쿵짝'이 잘 맞았다. 눈빛도 그렇고, 말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주는 케미가 나왔다"며 "('도깨비' 때보다) 자존감이 높아졌다. 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니기 떄문에. 그것이 참 흐뭇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정해인은 "고은씨가 '쿵짝'이라고 표현했는데 저는 고은씨의 리액션이 너무너무 좋았다"면서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오는 리액션이 너무 좋은 에너지로 다가왔다. 상대의 말을 온전히 잘 듣는 것이 느껴져 연기하며 너무 행복했다"고도 털어놨다. 최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등을 통해 연이어 멜로 연기를 펼친 정해인에게 이전 작품과 이미지가 겹치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정해인은 "누구나 마음에 아픈 부분이 있지만 연기한 중에 가장 아픈 트라우마였던 것 같다. 그것을 넘어가고 이겨내는 데 미수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답했다.정해인은 "연기가 쉽지는 않았다. 어려운 부분이 많았고. 지금까지 보여줬던 캐릭터와 너무 결이 다르기 때문에 걱정은 안된다"고 자신하며 "영화를 보시면 초반, 중반, 후반을 갈 때까지 어떻게 변화되는지, 다양한 모습이 있다.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섬세하고도 디테일한 감성으로 사랑받아 온 정지우 감독은 김고운 정해인과 새로운 멜로를 만들고 싶었다며 "대단히 기쁘다.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들 데리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그 이상 좋을 수가 없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두 사람이 함께 나오기만 해도 반짝반짝했다며 "로맨스 케미스트리를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1994년부터 약 10년의 여정을 그려낸 정지우 감독은 특히 "핸드폰(휴대전화)가 안 나오는 멜로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 순간이 소중했다. 바로 연락이 안 되는데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이"라고 털어놓으며 "라디오보다 휴대전화가 안 나오는 멜로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가수 유열이 1994년부터 실제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목으로 삼은 정지우 감독은 "세월이 지나 라디오 프로그램의 형태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이 우리 영화와 잘 맞다고 생각했다"며 "유열 선배가 기뻐해 주시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도움을 주셨다. 저도 굉장히 기뻤다"고 설명했다.김고은의 데뷔작인 2012년 영화 '은교' 이후 다시 만난 김고은과 정지우 감독의 인연도 화제였다. 정지우 감독은 '신인' 김고은을 돌이키며 "저는 사실 '은교' 때 처음 봤을 때 가장 강렬한 기억은 '호기심 천국'으로 똘똘 뭉친 아이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지우 감독은 "이후에 여러 기회로 종종 얼굴을 보게 되면서 고민이 많은 어른이 됐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에 너무 잘 어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이 영화에 온전히 녹아들어서 우리가 일상에서 가진 고민이 영화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야기를 듣던 김고은은 울컥한 듯 그만 눈물을 쏟았다. 김고은의 부탁에 상대 정해인이 티슈를 가져다 줬고, 정지우 감독은 "제가 혹시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했나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고은은 "망했어요. 안 부어 보이려고 어제 저녁도 안 먹었는데. 울었어요"라고 푸념해 웃음을 안겼다.감정을 추스른 김고은은 "'은교' 이후에도 감독님과 친구처럼 사석에서 만났다. 제 고민도 시기적으로 달랐을 것이고, 그 때마다 가장 솔직하게 포장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같이 하면서도 제가 감독님한테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저의 솔직한 감정이나 모습, 상태를 감독님에게 보여드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8월을 적실 촉촉한 감성멜로. 정지우 감독과 김고은 정해인, 세 사람의 믿고 보는 조합이 어떻게 탄생할지 기대가 쏠린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