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과 북은 2017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만난 경험이 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준비하는 축구대표팀에 '평양 원정'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정상적인 원정이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에 일단은 '긍정적'인 상황이다.

아시아 축구연맹(AFC)은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AFC하우스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조추첨을 열었다. 흥미롭게도 한국은 레바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와 H조에서 만나게 됐다.

중립 경기 대신 평양 원정 기대감, 정상적으로 준비 돌입한다

다른 팀보다 북한과 만나는 것에 관심도가 커졌다. 북한과는 2017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만나 1-0으로 이겼다. 월드컵 예선에서는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9년 만에 만나게 됐다. 역대 전적에서도 7승 8무 1패로 우세다.

경기 순서상 10월 15일 우리가 북한 원정을 가고 내년 6월 4일 홈 경기를 치른다.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북한은 평양에서 모든 경기를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평양이 유력하다. 단순한 예선 한 판이지만, '남북 겨루기'라는 점에서 승부 예측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평양 원정은 순조롭게 열릴 수 있을까, 2010 남아공월드컵 3차, 최종예선에서 북한과 연이어 만났던 한국은 원정 경기를 모두 중국 상하이에서 중립 경기로 치렀다. 북한이 방북을 특별한 이유 없이 허락하지 않았다.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가 어렵다는 표면적인 이유가 붙기는 했다.

월드컵 예선은 정치와는 거리가 멀고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에 AFC의 주최로 열린다. FIFA와 AFC의 규정을 따라야 하지만, 북한은 끝까지 중립 경기를 원했고 상하이를 택했다.

현재 북한의 의중은 알기 어렵다. 국제정세와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이번 조추첨에도 북한 김영준 감독을 비롯해 주요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AFC 한 관계자는 "북한에도 초청장을 모두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참석 여부는 자율인데 오지 않았다. 대회에 참가하느라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임원이라도 올 줄 알았다"고 전했다.

북한은 현재 인도 아마다바드에서 진행 중인 '인터내셔널컵'에 출전 중이다. 지난 8일 시리아에 2-5로 졌고 13일 인도에는 5-2, 15일 타지키스탄에 1-0으로 승리했다. 19일 타지키스탄과 결승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AFC 하우스에서 있었던 2019 AFC컵 조추첨에는 북한 최고의 팀으로 불리는 4.25와 려명, 횃불팀 직원들이 모두 참석한 바 있다. 당시 4.25의 김진룡 보도담당관은 기자에게 "챔피언스리그(ACL)에 나가 남한 팀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한 바 있다.

▲ 2017월 4일 평양 원정에서 2018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 여자축구대표팀, 김일성 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대한축구협회

정치적 특수성 배제하고 월드컵 원정 그 자체로 치르면 될 일이지만…

AFC 관계자는 "이번에는 북한도 홈 경기를 해야 할 것이다. 마냥 중립 경기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AFC나 FIFA도 북한에 홈경기 원칙을 고지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축구협회는 '평양 원정'을 가상하고 준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평양 원정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지난  2017년 4월 북한에서 열린 2018 여자 아시안컵 예선 풀리그를 치러봤기 때문이다.

당시 여자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에서 항공기를 통해 평양에 들어갔다. 현재 훈풍이 도는 남북 관계를 고려하면 서해 직항로나 육로 이동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최우선순위로는 베이징을 통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10월 원정까지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 열흘 가까이 평양에 머물러봤다. 경기장, 훈련 환경에 대해서는 우리 직원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정확하게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최근 AFC컵을 치르는 등 국제대회를 치렀다는 점도 고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단순하게 원정 경기를 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정치적인 문제만 빼고 보면 더 그렇다. 준비해서 떠나 경기를 치르면 그만이다"고 답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담담하다. 그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두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축구협회는 북한의 경기 영상을 입수해 벤투 감독과 전력 분석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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