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정재훈 코치도 선수로 뛰면서 우승을 못 했고, 나도 못 해봤다. 올해는 같이 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우완 김승회(38)는 올해 정재훈 1군 불펜 코치를 의지하며 시즌을 치르고 있다. 김승회와 정 코치는 역삼초등학교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친구로 지냈다. 두산에서 함께 프로 생활을 했고, 부상으로 먼저 은퇴한 정 코치는 지난해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두산 젊은 투수들의 든든한 맏형인 김승회도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정 코치를 찾는다. 김승회는 "선수 시절에도 실력으로나 마인드나 나보다 훨씬 성숙한 친구였다. 나쁘게 말하면 애어른 같았다(웃음). 그때부터 조언을 많이 구했고, 정 코치를 많이 따라가려고 했다. 힘들 때 많이 의지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김승회는 은퇴 위기에서 2017년 두산과 다시 손잡은 뒤로 우승 반지를 꼭 껴보고 싶다는 꿈을 숨기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선수 생활이 더 짧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을 던졌다. 두산이 2017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러 아쉬움을 삼켰지만, 올해는 꿈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했다.
올 시즌은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김승회는 47경기에 등판해 3승3패, 3세이브, 4홀드, 50이닝,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했다. 팀 내 불펜 이닝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힘을 보탰다.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3이닝 무실점 역투로 3번째 세이브를 챙긴 김승회는 "엄청 힘들긴 했지만, 아직 3이닝씩 던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포수 박세혁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김승회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박)세혁이가 볼 배합할 때 여러 가지 구종을 활용해준 게 도움이 됐다. 그때그때 무슨 공이 좋은지 잘 파악해서 리드해줬다. 오늘은 커브를 많이 썼으면 내일은 슬라이더를 던지게 하는 식으로 자주자주 바꿔줬다"라고 설명했다.
벤치에서는 가능하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려 노력했다. 김승회는 "워낙 착하고 좋은 후배들이라서. 잘될 때나 안 될 때나 마음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 재미있게 하면 좋으니까. 힘들어하면 내가 겪었던 것들을 이야기해준다. 못 받아들이면 어쩔 수 없는 건데 잘 받아들여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마운드 위에서도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추격조, 필승조, 마무리까지 어느 보직이든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나섰다.
김승회는 "헌신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 솔직히는 내가 그 정도 투수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오승환 선수처럼 세이브를 잘 챙기면 세이브만 하는 투수가 됐을 것이고, 승을 많이 챙기면 선발을 했을 것이다. 나는 야구를 시작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게 내 임무라는 생각을 했다. 정해진 자리는 없어도 그냥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지금은 경기를 나가는 순간마다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김승회는 "이제는 나갈 때마다 언제가 마지막 마운드 인생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즌 시작할 때 마운드에 나갈 때마다 기분 좋게 나가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 때도 있고, 결과가 안 좋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정재훈 코치님, 김원형 코치님이 잘 다독여 주셨다. 감독님도 내가 안 좋을 때 신기하게 한 마디씩 툭툭 던지고 가시는데, 그걸 생각하고 던지면 신기하게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 덧붙였다.
늘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도 마음을 표현했다. 김승회는 "내가 던지는 표정과 폼이 간절해서인지 조금은 측은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늘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고, 언제 생각해도 열심히 던지는 선수였다는 기억이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난해 성적과 비교하면 팀이 조금은 처져 있지만, 후반기에 만회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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