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영상 한희재 기자 / 글 신원철 기자] 190cm 큰 키에 긴 다리, 어디서나 눈에 띌 것 같은 '청년' 정우영(LG. 20)은 불과 1년 전의 자신을 "소심했다"고 표현했다. 선배들 사이에서도 당당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지금의 정우영을 보면서 '소심한' 이라는 형용사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도 그랬다면 전반기 두 자릿수 홀드는 언감생심 아니었을까. 

정우영이 떠올린 전환점은 프로 지명이다. LG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정우영은 없었을 거라며 '로열티'를 자랑했다. 그렇게 정우영은 운명의 팀을 만나 성격을 바꿨고 첫 해부터 많은 팬을 몰고다니는 스타가 됐다. 'SPOTV 필드박스 인터뷰'에서 야구소년 정우영부터 프로야구 선수 정우영까지 성장 이야기를 들어봤다(인터뷰는 1군 말소 전날인 25일에 있었습니다). 

후반기 시작을 하루 앞둔 25일 더그아웃이 아닌 테이블석에서 정우영을 만났다. 정우영은 "여기서 보니 그라운드가 굉장히 커 보인다. 더그아웃에서 안 보이는 곳까지 보여서 새로운 느낌이다"라며 눈을 크게 떴다. 마지막으로 관중석에서 야구를 본 적이 언제인지 물었더니 지난해 10월 13일이라고 답했다. LG의 지난해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작년 시즌 마지막 경기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했다. 그때 갔다. 행사가 있었던 건 아니고 지명 받은 후에 표를 사서 갔다. 재미있었다. 끝날 때 쯤 한 분이 알아보셨는데 그 뒤로 알아보는 분들이 계속 오셔서 사인 해드렸다. 응원? 조금 했다."

- 고등학생 정우영은 어떤 사람이었나. 

"많이 소심한 학생이었다. 지금처럼 마운드에서 자신감도 없었고, 되게 소심했다. 풀이 죽어있다고 해야하나. 걱정이 많았다."

- 캠프에서 말했던 것처럼 프로 지명이 사람을 바꿨다고 봐야할까. 

"지명 받고 나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때부터 자신있게만 하자는 생각으로 했고, 그래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정우영과 원태인(삼성)은 '연관 검색어' 같은 사이다. 정우영이 시즌 초반 신인왕 레이스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지금은 원태인이 올라섰다. 그런데 두 선수 사이에는 경쟁심이 보이지 않는다. 중학교 때부터 쌓은 우정이 더 크다.  

"(원)태인이와 친구여서 다행인 것 같다. 그래서 서로 덕담도 해줄 수 있고. 제가 먼저 태인이 한테 신인왕 받을 거 같다고 하면 아니라고 한다. 서로 아프지 말고 시즌 마무리 하자고 얘기한다."

- 원태인과 어떻게 아는 사이가 됐나. 

"중학교 3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알게 됐다. 그 뒤로 지금까지 왔다. 그때 원태인은 전국 중학생 선수 중에 가장 위압감이 있었다. 공도…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슬라이더가 정말 좋았다. 야수를 해봐서 아는데 그때 공이 진짜 좋았다."

정우영은 1차 스프링캠프에서 정우영은 "팬 서비스 잘 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성적이나 상이 아니라 팬 서비스를 먼저 언급했다는 점이 독특했다. 그는 "팬들은 저희를 기다려주시지 않나. 그걸 보고도 지나가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아무래도 팬이 없으면 저희도 없으니까 보일 때마다 사진 같이 찍어드리고 사인 해드리고 그렇다"고 얘기했다. 

'승리지상주의'가 지배했던 한국 스포츠계에서 팬 서비스가 화두가 된 것은 오랜 일이 아니다. 야구만 잘 하면 된다고 배웠던 이들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는 것이 쉽지 않다. 정우영 역시 어릴 때는 팬 서비스를 받아 본 경험이 없다고. "어릴 때는 야구장에서 좌익수 뒤에서 공 달라고 소리지른 기억이 있다. 한 번도 못 받았다."

자신이 같은 상황에 놓이면? 정우영은 "지금은…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몸 풀고 그럴 때 공 달라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 막내고 경기 중이고 해서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할 수 있을 때는 하겠다"고 답했다. 

정우영은 1군 말소 전날 팬들에게 감사 메시지도 남겼다. "지금까지 이렇게 저를 응원해주시고, 많은 투표로 올스타까지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잘하든 못하든 끝까지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LG는 정우영의 어깨 이상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전반기 불펜 최다 이닝(52이닝)을 기록하고, 말소 없이 달려온 점을 고려해 약 3주간 휴식을 줄 계획이다. 

스포티비뉴스=영상 한희재 기자 / 글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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