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양키스타디움에서 경기 후 공을 외야 관중석으로 던져 화제를 모았던 김병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트레버 바우어(28·클리블랜드)는 29일(한국시간) 하나의 기행으로 팬들의 시선을 불러 모았다. 캔자스시티와 경기에서 강판 직전 공을 외야로 힘껏 던져 버렸다.

이날 전반적으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5회 실점 과정은 바우어를 허탈하게 했다. 중견수 오스카 머카도는 포구 지점을 놓쳐 뜬공을 2루타로 만들어줬고, 자신도 땅볼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이날 4⅓이닝 9피안타 4볼넷 6탈삼진 8실점(7자책점)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투수 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고, 바우어도 이를 직감했다. 그러나 다음 행동이 좋지 않았다. 분을 삭이지 못한 바우어는 마운드에서 공을 힘껏 중견수 방향으로 던졌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화가 카메라를 피하지 못한 가운데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바우어도 곧바로 사과했으나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보기 드문 장면이었으나 처음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도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면서 비슷한 장면들을 소개했다. 가장 대서특필된 사건은 역시 2002년 김병현의 공 투척이었다.

애리조나 소속이었던 김병현은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 고전했다. 그런 김병현은 양키스 팬들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복수의 기회가 왔다. 2002년 원정 경기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김병현은 경기 후 승리구를 왼쪽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됐던 일이었다.

김병현은 당시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무의식적으로 한 일이었다”고 해명하면서도 “만약 공이 담장을 넘지 못했다면 그것 또한 수치스러운 일이 됐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밥 브렌리 당시 애리조나 감독은 “불펜 주변의 팬들이 나흘째 김병현을 조롱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그들에게 기념품을 줬다”고 했다.

MLB.com은 “악령을 지우기 위해, 혹은 불펜 근처에서 떠들썩했던 팬들을 침묵시키기 위한 수단이었을지 모른다”면서 “1루수 마크 그레이스로부터 공을 받아 왼쪽 담장을 넘겼다. 영구 결번 숫자를 보호하는 그물망까지 300피트(약 91.44m)도 넘는 투구였다”고 말했다. 바우어가 17년 전 김병현을 소환한 셈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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