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더워 쿨링브레이크가 도입됐다.

[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이게 덥다고요? 아닌데 전 괜찮은데."

'대프리카'라는 별칭을 가진 대구의 한여름 더위는 말이 필요 없다. 길을 걸으면 30초도 지나지 않아 땀이 맺힌다. 해가 지지 않는 시간대에 길을 걷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더위에 신경 쓰지 않는 곳이 있다. 대구FC의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대팍)다. 대구는 30일 낮 최고 기온이 영상 35℃(도)였다.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인 오후 여섯시에는 33.9℃까지 내려갔지만, 체감온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바람이 좀 불어 다행이었다. 대팍은 통풍에 문제가 없도록 설계됐다. 이날 수원 삼성전을 앞뒀던 조광래 대구FC 사장은 "오늘이 최고 더위라는데 그런 느낌은 없다. 전 괜찮다"며 웃었다.

다른 대구 직원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더위 극복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의전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정장을 입어 예의를 갖춰야 해서 정장 착용이 필요했다. 이 직원은 "덥긴 덥다. 이것을 입어야 하나 싶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 시작 시각은 오후 7시 30분이었다. 해가 내려가면 그대로 좀 나아질 것 같았지만, 습도가 문제였다. 85%를 넘었다. 기온도 31.9℃였다. 관중석에서는 부채를 들고 흔드는 관중이 대다수였다.

이임생 수원 감독은 "영리한 경기가 필요하다. 수분 섭취를 자주 하면서 기회가 오면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볼을 쉽게 잃으면 뛰는 양도 많아진다"며 지혜로운 경기 운영을 강조했다. 

선수들은 드리블하다가도 자주 넘어졌다. 자연스럽게 근처에 있는 물을 찾았다.
결국, 전반 30분께 경기가 멈췄다. 선수들의 수분 섭취를 위해 경기 감독관 재량으로 쿨링브레이크가 실시됐다. K리그는 한여름 경기 중 기온이 32℃ 이상이면 쿨링브레이크를 시행하고 있다.

더위 극복은 재미있는 경기였다. 전반 슈팅 수는 10-6으로 대구가 앞선, 공격적인 경기였다. 그래도 실속은 수원이 챙겼다. 42분 역습에서 바그닝요가 골망을 흔들었다. 이 감독의 전략이 적중했다.

후반, 경기 열기는 더 달아올랐다. 1만307명의 관중에게 대구의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양팀 팬들의 응원 소리는 끊기지 않았다. 골만 터지면 더 폭발하는, 활화산이 될 분위기였다. 

30분 수원의 타가트가 추가골을 넣었다. 유벤투스전에서도 골을 넣은 타카트의 골에 북측 관중석 구석에 모인 5백여 수원 원정 팬은 환호했다. 나머지 관중석은 얼어 붙었다. 이후 그대로 경기가 끝났고 수원 팬들만 즐거움으로 더위를 극복했다.

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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