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내내 앉아 있던 호날두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도곤 기자] "팬을 기만한 거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유벤투스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전은 한국 축구에 상처만 남겼다. 유벤투스의 지각으로 킥오프는 한시간이나 미뤄졌고, 기대를 모았던 호날두는 벤치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계약상 45분은 반드시 뛰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호날두는 나오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잡음이 심했다. 예정 시간보다 늦게 입국했고 팬사인회, 팬미팅 등은 날림으로 진행됐다. 호날두는 경기 출전을 이유로 팬사인회에 불참했다. 하지만 호날두나 모두가 알다시피 경기에 나오지 않았다.

이후 계약 불이행은 물론이고 경기 시간 단축, 하프타임 단축 등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은 더욱 컸다. '더이상 바닥은 없겠지'에서 '바닥을 파고 땅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증명한 참으로 위대한 유벤투스다. 유벤투스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전설의 대도처럼 돈만 받고 유유히 사라졌다.

시즌이 한창인 와중에 소속팀 선수 차출을 허용한 K리그 감독들의 속도 말이 아니다. 일제히 성토했다.

친선전에서 벤치에 앉은 최용수 FC 서울,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당연히 호날두의 행동을 비판했고, TV로 경기를 지켜본 감독들도 마찬가지였다.

3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경남과 1-1로 비긴 인천 유상철 감독은 경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 호날두와 유벤투스의 행동을 '기만'으로 규정했다. 공교롭게도 유상철 감독은 23년 전 한국 대표팀과 유벤투스와 친선전에서 골을 넣은 선수다. 당시 한국은 서정원, 고정운, 하석주, 유상철의 골로 4-0 완승을 거뒀다. 그때도 유벤투스는 23년 전에도 당일 입국했다.

유상철 감독은 "계약 내용을 자세히 모르겠지만 이건 한국 팬들을 기만한 것이다. 솔직히 그 경기는 K리그 선수들을 보러간 팬보다 호날두 한 명을 보러간 팬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 조금이라도 뛰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 호날두의 행동을 '기만'으로 본 유상철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유상철 감독은 "표값이 싼 것도 아니고…"라고 덧붙였다. 유벤투스전 티켓 가격은 가장 저렴한 티켓이 3만 원, 가장 비싼 티켓이 40만 원이었다. 뷔페 등 부가 시절을 포함한 스카이박스 29인실은 무려 1700만 원이다. 저 비싼 돈을 주고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을 목격했다. 그것도 그 덥고 그 습한 날씨 속에서다. 단순 티켓 값만이 아니다. 지각 사태로 경기가 늦게 시작해 경기 종료는 오후 11시가 다 됐을 때 끝났다. 예정대로 시작했다면 10시 전에 끝났겠지만 경기가 늦어지는 바람에 교통편을 취소한 팬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취소 수수료, 또 다시 교통편을 구하지 못한 팬은 서울에 하루 머물러야 해 숙박비까지…부가적인 금전 피해도 무시 못 한다. 팬들은 돈에 돌을 들여 최악의 광경을 눈에 담고 돌아갔다.

경남 김종부 감독은 단 한마디로 정의했다. "경기장 가신 팬의 마음의 저의 마음입니다.", 평소 말투가 조용조용하고 나긋나긋한 김종부 감독의 성격상 낮은 목소리로 온화하게 말했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다.

김종부 감독은 "팬이 있어야 스타 선수도 있다. 그 위치까지 간 선수면 팬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팬이 있으니 거기까지 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수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말아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김종부 감독을 경기를 지켜봤을까? 경기를 봤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종부 감독은 "아니요. 안 봤어요"라고 답했다. 보통 좋지 않은 경기를 보면 팬들은 '안 본 사람이 승자'라는 말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기대할 경기를 보지 않은 김종부 감독이 승자였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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