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의 2019년 1차 지명자인 백승건은 구단의 기대 이상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는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총 11명을 지명했다. 대학에 진학한 최륜기를 제외한 10명 중, 올해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는 절반이 넘는 총 6명에 이른다. 

SK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수치다. 종전 기록은 2001년(정상호 김희걸 박남섭 오승준 박재상)과 2012년(문승원 박승욱 최정민 임치영 한동민)의 5명이었다. 근래 흐름을 감안하면 더 눈에 띄는 수치다. SK는 2014년(박민호)과 2015년(이현석)에는 당해 신인이 딱 1명씩 1군에 데뷔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도 조성훈 최민준까지 2명만 1군 문턱을 넘었다. 그마저도 소화이닝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반대로 올해는 1차 지명자인 백승건을 비롯, 김창평 하재훈 김성민 최경모 채현우까지 6명이 데뷔전을 치렀다. 단발성 콜업이 아닌 선수들도 있다. 하재훈이야 두말하면 입이 아프고, 백승건은 12경기에서 16이닝을 소화했다. 최경모는 올해 1군 등록일수가 27일로 짧지 않다. 김창평은 부상만 아니었다면 지금도 1군 엔트리에 있었을지 모른다. 유턴파인 하재훈 김성민을 제외해도 예년보다 많다.

염경엽 SK 감독은 27인 엔트리 중 1~2명을 미래를 위해 남겨두려 한다. 젊은 선수들이 1군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동기부여도 강해짐은 물론이다. 이종운 퓨처스팀(2군) 감독은 “2군 선수들에게 최고의 동기부여는 1군 콜업이다. 염경엽 감독님이 2군 선수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2군도 동기부여가 많이 좋아졌다”고 고마워했다. 

사실 2019년 드래프트는 전략부터가 확고했다. 당시 단장으로 드래프트를 지휘했던 염 감독은 “상위 지명자는 전반적인 재능을 봐야겠지만, 나머지는 확실한 장점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수·주에서 모두 애매한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보다는, 차라리 어느 하나의 확실한 장기가 있는 선수를 택했다. 최경모는 수비에서, 채현우는 주루에서 동급 이상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뽑은 선수들이다. 염 감독은 이들을 1군에서 실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 안상현은 퓨처스팀의 적극적인 추천을 염경엽 감독이 수용한 케이스다 ⓒSK와이번스
꼭 신인뿐만 아니라 새 얼굴들의 풍년이었다. 야수 중에서는 임재현 최민재 최준우가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이들은 2군에서의 평가와는 별개로 1군에서는 기회가 없던 선수들이다. 퓨처스팀에서의 꾸준한 추천에도 불구하고 전임 사령탑들은 선뜻 손을 잡지 않았다.

반대로 염 감독은 “2군에서 평가가 좋은 선수들은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것이 퓨처스팀 지도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고 했다. 지난해 1경기 출전이 전부였던 안상현 또한 사실상 데뷔 시즌이다. 안상현은 퓨처스팀의 적극적인 추천을 염 감독이 수용한 경우다. 빠른 발과 수비에서 가능성을 입증하며 많은 경기에 나갔다. 단장으로 2년간 2군을 폭넓게 봤기에 가능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젊은 선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넓지 않은 마운드에서도 백승건을 비롯해 조영우 김정우 등이 한 차례 이상씩 기회를 얻었다. 이처럼 적어도 2군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가 1군 데뷔 기회가 없어 좌절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적절한 1·2군 순환을 하겠다던 SK의 구상이 계획대로 된 셈이다. 퓨처스팀 코칭스태프도 “이제 1군에 갈 만한 선수는 거의 다 갔다”고 할 정도다.

SK는 군 문제를 비교적 빨리 해결하는 축에 속한다. 돌아올 전력도 제법 된다. 내년부터는 이건욱 김정빈 김찬호 이홍구 유서준 김주온 등이 본격적으로 전력에 들어올 수 있다. 내후년에는 염 감독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조성훈을 비롯, 정동윤 봉민호 박성한 임석진 등이 차례로 군 문제를 해결한다. 젊은 선수들의 등용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제2의 왕조 구축을 향한 중요한 시작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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