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엑시트'의 조정석. 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우리 영화, '신박'하잖아요."

여름 극장가에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제작 외유내강·공동제작 필름케이)를 내놓은 조정석(39)이 인터뷰에서 가장 여러번 쓴 단어는 '신박하다'였다. 다른 단어로 설명을 못하겠다며 사전에 없는 새말을 거듭해 썼지만, 새롭고 신선하며 쌈박하기도 하다는 말의 뜻 너머 만족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싱글벙글 미소를 지우지 않았던 그의 얼굴에도 같은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엑시트'는 도심 가스테러를 피해 필사의 탈출을 벌이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신파, 멜로, 사회비판 같은 재난물의 클리셰는 살짝 덜고 유머와 긍정, 속도감을 더해 관객과 만난 '엑시트'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질주하고 있다. 조정석은 주인공 용남 역을 맡았다. 한때 대학 산악동아리 에이스였지만, 현실은 애인도 직장도 없이 대낮에 철봉이나 하는 취업준비생이다. 그가 대학시절 좋아했던 의주와 함께 알 수 없는 독가스를 피해 벌이는 탈출기가 '신박'하다.

짠내나는 백수지만, 절로 응원하고 싶어지는 용남 역에 조정석은 시작부터 1순위었다. 그에게 시나리오가 온 건 드라마 '질투의 화신' 직후 시력교정수술을 받고 쉬던 2017년 초. "눈 수술해서, 지금 책을 못봐요"하던 그에게 외유내강 류승완 감독이 "그럼 지금 봐야 하는 책"이는 너스레와 함께 '엑시트' 시나리오를 건넸고, "실눈을 뜨고라도 보겠다"고 이를 받아 읽었다는 조정석은 "너무 신박했다"며 눈을 빛냈다. 조근조근 생각지 못한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신예 이상근 감독도 그를 사로잡았다.

"마음에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었어요. 제가 3수를 했잖아요. 어머니 칠순잔치에, 막내에. 연결고리가 많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어요. 용남이가 제 성격과 완전히 맞진 않아요. 답답할 때도 많고. 하지만 그 마음은 알죠. 연극과 가면 만나는 친척마다 'TV언제 나오니' 그래요.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연극영화과 학생들은 다들 공감할걸요."

▲ 영화 '엑시트'의 조정석. 제공|CJ엔터테인먼트
제작사 역시 조정석과 함께하기 위해 무려 1년을 기다렸다. 조정석은 찰떡같은 맞춤형 캐릭터로 그 기대에 보답했다. 열심히 몸을 만들고, 철봉을 연습했다. "와이어는 거들 뿐, 나온 건 다 했다"는 게 조정석의 설명. 송글송글 맺힌 땀도 분장이 아닌 진짜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고 전력질주를 하는 표정도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할 만큼 자연스럽게 나왔다. 후반부 시퀀스는 내내 달리고 뛰고 넘고 매달리는 액션의 연속이었다. 근육에 무리가 와 더 뛸 수 없을 때까지 달렸다. 조정석은 "자아도취까지는 아니지만, 숨가쁘게 고생한 만큼 잘 나온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영화 처음 보는데 울컥하더라니까요. 나 저렇게 고생했었지, 이러면서 '울컥!"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조정석이 얼마나 몸을 잘 쓰는 배우인지 공감할 거다. 철봉은 물론이고 옥외 시설물에 사뿐히 매달려 올라가는 소소한 장면들도 대역 없이 해냈다. 알고보니 조정석은 성룡(청룽) 영화라면 안 본 작품이 없는 광팬. 지형지물과 도구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며 재미를 주는 특유의 액션도 동경했단다. 조정석은 "성룡 액션을 보고 자란 저로서는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다만 막상 높은 높이에 올라가면 다리가 좀 후들거리긴 했다.

"고공 액션이나 이런 거 활자로 볼 때는 잘 모르는데 막상 하려면 무섭거든요. 제가 고소공포증 정도는 아닌데 너무 무서워요. 세트라 해도 바닥에 블루스크린을 두고 높이 지어요. 안전장치를 해도 15m 가까운 높이에서 점프한다는 게…. 속으로 '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고, 옆에 윤아씨도 있고, 자 '치어 업(Cheer Up) 치어 업' 하지만 막상 뛰려면…이건 정말 자기와의 싸움이에요. 정말 무서워요. 요동치는 마음을 일루 표현을 못 해요.(웃음)"

▲ 영화 '엑시트'의 조정석. 제공|CJ엔터테인먼트
그는 "생각지 못한 순간"이 담기는 게 좋다고 했다. 관객이 생각지 못한 순간을 담으려면 아이디어를 내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한다. 초점도 안 맞는 자리에서 용남이 의주에게 감탄하며 좋아하는 디테일, 우는 의주를 보고 놀라 뒤늦게 같이 우는 설정 등이 그렇게 생겼다. 용남이가 짠내나면 짠내날 수록, 지질하면 지질할수록 보는 이들에겐 희망이 될 것 같아 그도 기꺼이 지질해졌다. "용남이를 보잘것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강조한 조정석은 "이 시대를 사는 용남이 같은 사람도 열심히 파이팅한다면, 자그마한 재능이라도 크게 쓰일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용남이가 가족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하고, 건물 외벽을 올라 문을 열어줘요. 문을 열어준다!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용남이에게 클라이밍이 마지막 필살기라면, 조정석에겐 그저 연기뿐이다. 고민했지만 그는 연기 말고는 답을 못 찾겠다고 털어놨다. 'TV 안 나오냐' 소리를 들으며 무대에 오를 때도, 그저 연기 이야기가 재미있어 하고 또 하며 신이 났었다고 했다. 인터뷰가 마무리를 향해 갈수록, 왜 '엑시트'엔 조정석이어야만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긍정의 기운이 영화에도 듬뿍 녹아났던 것 같다.

"예전에 재수 삼수 하고 그럴 때, 친구들이 토닥토닥 해줬을 때도 저는 '나 괜찮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때라고 해서 우울할 필요가 없고, 누가 나를 칭찬해준다고 해서 우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는 길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뭐든지 잘 될거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매 순간이 새롭다 생각이 들어요. 매 작품마다 스스로에게 '나 잘 해왔어' 그랬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고요. '내가 이걸 하고 있네' 하면서 공연을 했고, ''녹두꽃'이라는 드라마를 내가 했네' 하면서 드라마를 했어요. '엑시트'도 그렇죠. 그런 놀라움이 항상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영화 '엑시트'의 조정석. 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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