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벌새' 배우 박지후 스틸. 제공|엣나인필름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1994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한 소녀의 서사와 서정적이고 촘촘한 동시에, 날카롭게 연결 지은 영화 '벌새'가 관객을 만난다. 무려 전세계 25관왕에 오르며 작품성을 일찍이 인정 받아 개봉 전부터 화제작으로 떠오른 '벌새'가 관객에겐 어떤 평가와 성적을 받을지 주목된다.

김보라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지후, 김새벽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벌새'(감독 김보라, 제작 에피파니·매스오너먼트)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해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했다.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벌새'는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박지후)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 영화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돼 넷팩상과 관객상을 수상하고, 이후 국내는 물론 제18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베이징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서 대상을 비롯한 여우주연상, 촬영상을 받는 등 전세계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무려 25관왕이라는 기록을 냈다. 

▲ 영화 '벌새' 포스터.

김보라 감독은 "계속 상을 받아 어떨떨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좋은 것들이 오면 불안한 것도 오는구나'라고 여기며 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상이라는 건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감사하지만 큰 의미를 두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다만 "배우와 스태프들이 상을 받아 너무 기쁘고 '벌새'로 보답할 수 있는 느낌이라 행복했다"고 담담하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고양된 목소리로 "한 시상식에서 영화 '케빈에 대하여'(2012) 린 램지 감독에게 트로피를 전달 받는 순간 성공한 '덕후'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덧붙이기도 했다. 

김보라 감독은 독특한 영화 제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벌새는 희망, 사랑, 생명력 등의 벌을 뜻한다. '어떤 위기에도 살아남는다'는 의미"라며 "극 중 주인공 은희와 벌새의 여정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영화는 1994년을 살아간 소녀 은희의 성장 얘기다. 인물들 간의 관계, 사회 현상들을 다루고 싶었다"면서 "미국에서 대학원 시절을 보냈는데 과거 잊을 수 없던 상처, 경험 조각들을 모아놓고 나중에 시나리오 형태로 완성됐다"고 연출 과정을 밝혔다. 

▲ 영화 '벌새' 배우 박지후 스틸. 제공|엣나인 필름

'벌새'의 주요 소재인 성수대교 붕괴 사건에 대해선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겪은 일이다. 그런 물리적 현상이 은희의 심리적 부분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우리가 어떤 것들을 간과하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은희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지후는 극 중 세상이 궁금한 14살 소녀 은희 역을 맡았다. 지난 2003년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박지후는 영화 '가려진 시간'(2016) '조작된 도시'(2017) '목격자'(2017),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2019) 등에 출연하며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내 또래 평범한 학생이라 여기면서 연기했다. 남자친구,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 학생으로 생각했다"고 연기 과정을 밝힌 박지후는 "오디션 당시 시나리오를 몇 번이나 읽어보면서 은희가 어떤 아이인지 이해하려 노력했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는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은희가 어떤 아이인지 다가갔다"고 말했다. 

해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실감 안 난다. 감사하며 살고 있다"면서 "상을 받고 좋은 현장에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더 성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수줍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 영화 '벌새' 김새벽 스틸. 제공|엣나인필름

극 중 교사 영지 역을 맡은 김새벽은 "사람에 대해 서툴고 상처도 있지만 그래도 연결해보는 마음을 놓지 않는 사람"이라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며 "은희를 대할 때 소녀가 아닌 한 사람, 한 인간으로서 대하려 했다. 감독님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고 연기 과정을 말했다. 

이어 "사람에 대한 태도를 많이 생각했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극 중 한자 쓰는 장면들에서 잘 쓰고 싶었다. 문구점에서 칠판을 샀고 매일 한자 쓰는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새벽은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이끌어가는 박지후를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첫 만남 때 수줍게 웃는 모습이 인상 깊더라. 동시에 작품에 대해 굉장히 설득력 있는 해석을 내놓아 당참도 느껴졌다. 현장에서 저를 '배우 김새벽이자 영지 선생님'으로 대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보라 감독은 김새벽을 거듭 칭찬하며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말 매력적인 배우"라며 "첫 리딩 전 영지 선생님 역을 김새벽이 하면 너무 정답일 것 같아 머뭇거렸다. 하지만 대본 리딩을 한 뒤에 그런 마음을 지우게 됐다. 완벽한 영지 선생님이었다"고 회고했다. 

▲ 영화 '벌새' 배우 김새벽(좌)과 박지후 스틸. 제공|엣나인필름
  '벌새'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 tree@spotv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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