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 로테이션 합류 3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은 SK 문승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SK는 트레이 힐만 감독 부임 첫 해였던 2017년 조금씩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불펜 문제는 한 번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무리 보직이 흔들렸고, 확실한 셋업맨 진용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불펜 문제에 팀 성적이 탄력을 받지 못하자 코칭스태프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힐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의견을 모았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기존 선발투수 중 하나를 불펜으로 빼 뒷문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문승원(30)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불펜에서 전력으로 던진다면 150㎞를 던질 수 있는 투수였다. 급한 상황에서 가장 매력적인 자원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당시 단장이었던 염경엽 현 SK 감독이 최종 결정권자인 힐만 감독을 설득했다. 염 감독은 “계속해서 선발로 키워야 할 자원이고, 불펜 경험이 없어 간다고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힐만 감독도 고심 끝에 문승원을 선발로 계속 쓰기로 했다. 염 감독은 당시 “거의 빌다시피 했다”고 웃어넘기면서도 “박종훈이나 문승원이나 모두 선발로 성공할 수 있는 선수”라고 확신했다.

박종훈은 2017년 12승을 거쳐 지난해 14승을 기록했다. 올해도 30일까지 2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 중이다. 대표 팀에도 선발되는 등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그 다음 바턴은 문승원이 이어 받았다. 문승원은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4연패를 끊어내는 동시에 개인 첫 10승 고지를 밟았다.

문승원은 경기 후 “9승 때가 더 많이 떨렸다”고 했다. 10승보다는 오히려 팀의 4연패를 끊고, 80승 고지 선착에 도움이 된 것에 더 만족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예전을 떠올리며 이름 하나하나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간 자신을 지도한, 그리고 기용해준 지도자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염 감독 이전부터 문승원을 눈여겨본 SK 지도자들이 많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만수 전 감독부터가 문승원을 선발로 키우려고 했다. 2013년 스프링캠프부터 문승원 칭찬에 열을 올렸다. 김용희 전 감독은 문승원에게 고정적인 선발 기회를 주기 시작한 지도자다. 트레이 힐만 전 감독 또한 2년간 문승원을 로테이션에서 빼지 않았다. 승리보다 패전이 더 많았지만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다.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그것이 즐겁다”고 항상 격려했다.

염 감독까지 네 감독 밑에서 많은 기회를 받은 문승원이다. 기본적으로 빠른 공에 다양한 구종, 100구 이상을 거뜬히 던질 수 있는 스태미너와 마운드에서의 에이스 성품까지 가진 문승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승원 또한 “내가 지금 10승을 거둔 것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용을 해주신 여러 지도자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린다. 

기회에 비해서는 자신이 못했다고 자책하는 문승원이다. 하지만 “매년 발전하겠다”는 자신의 목표는 충실히 지키고 있다. 2017년 6승, 2018년 8승에 이어 올해는 벌써 10승을 채웠다. 평균자책점(4.04)도 3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만족하지는 않는다. 문승원은 “커맨드가 되지 않는 경우는 여전히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공의 회전이나 매커니즘도 고쳐보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지도자들은 문승원이 여전히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염 감독은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다른 팀의 우완 에이스에 뒤질 것이 없다”고 단언한다. “문승원을 10승 투수로 만들지 못하면 내년에 투수코치를 하지 않겠다”고 농담을 섞었던 손혁 투수코치 또한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은 선수다. 구종 완성도 등에서 아직 더 성장할 수 있는 투수”라고 흐뭇하게 바라본다. 모두의 관심을 먹고 자란 문승원의 경력이 이제 화려하게 꽃을 피울 준비를 마쳤다.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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