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재일. ⓒ곽혜미 기자
▲ 오재일.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두산 오재일은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매년 전반기는 부진에서 허덕인다.

하지만 후반기가 되면 귀신 같이 부활해 맹타를 휘두른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전보다 전반기 성적이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3월 타율은 0.160, 4월 타율은 0.204에 그쳤다. 5월엔 조금 나아졌지만 역시 2할대 타율(0.256)에 머물렀다.

6월에 들어서야 3할대 타율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0.338에 이어 7월엔 0.349로 끌어올렸다.

8월에도 0.349의 맹타를 휘두르며 월간 MVP 후보에까지 올랐다. 여름에 대부분 타자들이 주춤했지만 오재일의 방망이만은 뜨거웠다.

흥미로운 것은 오재일의 시즌 초반 부진이 두산의 팀워크에는 적잖은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오재일이 못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재일이 부진에서 탈출하는 과정에 팀 동료들에게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두산 3루수 허경민은 "(오)재일이 형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하게 된다. 매년 시즌 초반에 극심한 부진을 겪지만 한번도 인상을 쓰거나 화를 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스스로 다운돼 고개를 숙이고 다니지도 않는다. 걱정도 되고 스트레스도 심할 텐데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살아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재일이 형을 보며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언젠가부터 슬럼프가 조금 왔다고 해서 세상 끝난 것 처럼 하고 다니지 않게 됐다. 재일이 형이 이겨 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오재일에게 물은 적이 있다. "시즌 초반에 그렇게 부진하면 속상하거나 조급해지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인상 쓰고 고민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내 할 일을 충실히 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또 내가 인상 쓰고 있으면 팀 분위기에 도움이 안된다. 내 속으로 품고 밖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하더라. 사실 선참급 선수들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외부로 표출하면 팀 분위기가 좋을 수가 없다. 우리 팀엔 오재일이라는 좋은 본보기가 있다. 늘 한결같은 긍정 마인드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은 분위기를 오재일이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1할을 치면서도 밖으로 스트레스를 표현하지 않는 긍정 마인드의 오재일.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그의 노력은 두산이라는 팀이 늘 한결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데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행하고 있는 또 하나의 헌신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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