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두산 불펜엔 유독 베테랑이 많다. 맏형 김승회를 비롯해 배영수 권혁 등이 1군 엔트리에 남아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유독 베테랑들에게 차가운 곳이 KBO 리그다. 성적이 나쁜 팀은 그 책임의 일부까지 베테랑들이 짊어지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성적이 좋은 팀도 같은 값이면 나이 어린 선수에게 기회가 먼저 돌아간다.

두산은 다르다. 베테랑들을 홀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다.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그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기회가 될 때마다 "베테랑들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 주고 있어 힘이 된다"는 말을 빼 놓지 않는다.

얼마 전엔 배영수가 대상이 됐다. 김 감독은 "지금도 볼 떨어지는 각도가 좋다. 시속 150㎞를 던지던 시절엔 타자들이 어떻게 쳤나 싶다"고 말했다.

▲ 배영수 ⓒ곽혜미 기자
배영수도 언론을 통해 김 감독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

배영수는 "좋은 평가를 해 주셔서 감사하다. 언론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감독님이 베테랑들을 많이 배려해 주신다. 감독님이 워낙 잘 챙겨 주시기 때문에 힘이 많이 된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더 조심하고 애쓰게 된다. 두산에서 정말 맘 편히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딱히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다. 두산에서 경쟁은 공정하게 이뤄진다.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선수에게 먼저 기회가 간다.

화수분 야구의 상징인 구단이 두산이다. 주축 선수가 빠지더라도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새 얼굴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며 붙은 별칭이다.

기회가 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만들어진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리빌딩을 명목으로 무조건 어린 선수들만 기용한다고 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전통이 아니다.

화두는 공정이다. 필요한 선수에게 필요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두산의 특징이다.

베테랑에 대한 예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팀이 필요로 한다면 나이는 중요치 않다. 다만 한 번 밀리면 다시 기회를 얻기 힘든 베테랑을 좀 더 살뜰히 챙기며 힘을 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이다.

배영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참 편안하게 해 주신다. 늘 "고생한다, 수고한다"고 인사를 건네신다. 그 한마디가 큰 힘이 돼서 다음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못해서 제외되더라도 할 말이 없다. 나보다 나은 선수가 내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베테랑에게 필요한 건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라고 말했다.

배영수는 야구가 없던 월요일(9일) 재활 중인 이현승과 김강률을 불러 밥을 사 줬다. 재활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 일인지 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받은 만큼 아래로 돌려주고픈 마음 또한 컸다. 

두산의 전통이 긍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화수분 야구라면 젊고 역동적 이미지가 있지만 그 이면엔 베테랑에 대한 공정한 대우가 자리 잡고 있다. 두산이 꾸준히 강팀으로 자리할 수 있는 이유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