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협상 완료가 아닌 협상 단계다. 2016년 시즌부터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으로 안방을 옮기는 만큼 더 많은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기업이라는 점과 대부업 관련 이미지로 팬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넥센 타이어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 종료를 앞둔 서울 히어로즈와 일본 금융 기업 J트러스트의 협상 테이블을 향한 '백안시'는 왜 극심할까.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가 절정으로 치달아 최종 5차전을 하루 앞둔 23일 '히어로즈가 넥센과 네이밍 스폰서 재계약 대신 일본에서 탄생한 금융 그룹 J트러스트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 협상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1977년 오사카에서 세운 닛코상사를 모태로 한 J 트러스트 그룹은 최근 한국 시장에도 손을 뻗어 지난 3월 스탠다드차타트 저축은행 주식 전량을 사들여 JT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제도권 금융회사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계열 대부업체였던 하이캐피탈, 네오라인크레디트를 매각하며 대부업 이미지를 벗고 캐피탈, 저축은행 중심의 사업으로 재편을 선언했다. 고척돔으로 홈구장을 옮기게 되면서 구단 운영비가 치솟을 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노리는 것도 대중을 향한 이미지 제고 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금융 기업과 대부업체의 한국 상륙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였던 1999년부터 줄지어 있었다. 국가 부도 위기까지 맞았던 만큼 외국 자본 유치에 힘을 기울였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의 대부업체들이 줄줄이 한국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러시 앤 캐시, 산와머니 등이 바로 이들이다.

일본 내에서 최고 이율 15~20%로 운용했던 업체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면 이보다 훨씬 높은 이자율로 이득을 볼 수 있었고 나라에서 '지하 자금 양성화'를 명목으로 일본 대부업체들의 한반도 상륙을 막지 못했다. TV 등 여러 미디어에 우후죽순처럼 대출 광고가 쏟아졌고 어린이들까지 대부업체 광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등, 그렇게 일본 대부업체들이 서민들에게 익숙해졌다. 높은 이자율의 사채를 썼다가 나락에 빠져든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금융업체들이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으로 진입하며 장차 종합 금융사로 이미지 세탁을 꾀하고 있다. 대부업체 계열사를 모두 정리한 J트러스트의 최근 행보, 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 협상 등은 바로 이 움직임이 무엇인지 잘 알려 준다. 러시 앤 캐시의 모기업인 아프로서비스그룹은 2013년 W저축은행을 인수해 'OK 저축은행'으로 제 2금융권에 진입했다. 그리고 2014~2015 시즌 V리그 남자부 우승에 성공한 OK 저축은행은 남자 배구단으로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또한 구대성, 이대호(소프트뱅크)의 전 소속팀으로 알려진 일본 금융 그룹 오릭스가 현대증권 인수를 꾀했다가 최근 인수 협상에서 손을 뗀 것도 무관하지 않다. 이는 정부의 '지하 자금 양성화'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 전략 속에 일본 금융 기업들이 물 속에서 뭍으로 나오듯 세간에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외국 자금이 대량 유입돼 IMF 체제에서 벗어난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다는 점이다.

1999년 미국 뉴브리지캐피털이 정부 자금 17조 원 투입으로 버티던 제일은행을 5,000억 원에 산 뒤 영국 스탠다드차타트에 1조 6,500억 원에 팔며 정부를 '닭 쫓던 개'로 만든 것은 유명한 일이다. 2003년 모나코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SK 그룹의 지주회사 (주)SK를 들었다 놓은 '소버린 사태'도 있다. 외국 자본 대량 유입으로 정부 또는 대기업이 '을'이 돼 멱살을 잡힌 듯 끌려 갔던 과거. 일본 금융 그룹들이 국내 자금 시장에서 비중을 늘려 가는 추세 속에 훗날 이 기업들이 우리 경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가 자금을 회수해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등 '갑'의 횡포를 벌인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일이다.

히어로즈는 구단 자체가 기업인 팀이다. 고척돔으로 홈 구장을 옮기는데 고척돔의 한 해 운영 유지비가 최소 80억 원이다. 목동구장을 안방으로 삼던 때 한 해 운영비는 약 40억 원. 구단이 기업인 팀이 이를 매년 충당하려면 더 화끈하게 지원할 수 있는 기업과 손을 잡아야 했고 그때 대부업 이미지를 버리고 종합 금융사로 성장을 노리는 J트러스트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만약 계약 협상이 이뤄질 경우 J트러스트는 'JT 히어로즈'로 어린이 팬들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다. 프로 야구로 이미지 세탁을 하며 사세를 키우고 한국 금융계에서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대한제국은 1905년 을사늑약으로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가 됐고 1945년 광복까지 국권 없이 설움 속에 살아야 했다. 국가의 힘을 보여 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자본이다. IMF 체제 후 활발한 외국 자본 유치로 재미도 보았으나 위기도 맞았던 한국 경제다. 한국 내 사업 확장과 종합 금융사로 사세 확대를 노리며 히어로즈와 만난 J트러스트의 행보를 과연 안심하고 볼 수 있을까. 야구 팬들과 관계자들이 이를 흘겨보는 이유다.

[사진1] 히어로즈 선수단 ⓒ 한희재 기자.

[사진2] 히어로즈의 새 안방 고척 스카이돔의 야경 ⓒ 고척돔,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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