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민규 기자]올 시즌 내셔널리그 승률 1, 2, 3위는 모두 중부지구 팀들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617), 피츠버그 파이어리츠(.605), 시카고 컵스(.599)가 엄청난 경쟁을 펼치면서 나머지 중부지구 팀들은 자연스럽게 순위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그 가운데 신시내티 레즈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2013년 지구 3위, 지난해에는 지구 4위였던 신시내티는 올 시즌 4할이 안 되는 승률(.395)을 기록하면서 지구 꼴찌(5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줄곧 지구 4위에 그치고 있었던 신시내티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다가오자 팀의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트레이드 매물로 나온 선수는 조니 쿠에토(29), 마이크 리크(27), 아롤디스 채프먼(27), 제이 브루스(28) 4명으로 이 가운데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된 선수는 쿠에토와 리크다. 지난 7월 27일(이하 한국 시간), 쿠에토를 영입한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그가 확실한 1 선발 ‘기둥 투수’ 노릇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쿠에토가 캔자스시티 이적 후 정규 시즌 동안 남긴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 쿠에토의 신시내티와 캔자스시티에서 2015년 성적
신시내티 : 19경기 7승 6패 2.62ERA 130.2이닝 120탈삼진 29볼넷 3.0 fWAR
캔자스시티 : 13경기 4승 7패 4.76ERA 81.1이닝 56탈삼진 17볼넷 1.1 fWAR
쿠에토는 2008년부터 올 시즌 중반까지 타자에게 유리한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를 홈 구장으로 사용했다. 100을 평균으로 그보다 크면 타자가, 그보다 작으면 투수가 유리한 파크팩터는 특정 선수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3년 동안의 기록을 봐야 한다.
‘빌제임스핸드북’에 따르면 지난 3년(2012년~2014년) 동안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의 홈런 팩터는 140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그에 반해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만스타디움은 92로 메이저리그 18위이다. 투수에게 유리한 홈 구장을 가진 팀으로 이적했다면 더 좋을 투구를 할 법도 한데 쿠에토는 신시내티 시절보다 훨씬 좋지 못한 투구를 했다.
신시내티에서 19경기 동안 쿠에토의 피안타율은 .196, 피장타율은 .327로 매우 훌륭했다. 그러나 캔자스시티 이적 후 피안타율은 .307, 피장타율은 .474로 치솟았다. 흥미로운 것은 쿠에토의 이적 전과 이적 후의 타구 강도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캔자스시티 이적 전, 쿠에토의 강한 타구(Hard)의 비율은 28.3%이며 이적 후 비율은 28.7%이다. 중간 타구(Medium)의 비율이 51.1%에서 52.4%로 1.3%p 증가하긴 했으나 180도 다른 투구를 했다는 것에 대한 답이 되진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살펴볼 것이 쿠에토의 콘택트 비율이다. 쿠에토가 이적하기 전,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쿠에토를 상대로 78.6%의 콘택트 비율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적 후 81.7%로 증가했는데 이를 토대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강한 타구의 비율 자체는 변함없으나 타자들이 쿠에토의 공을 상대로 더 많이 맞춰 내는 것이 안타를 허용할 확률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한 타구의 비율이 이전보다 더 낮지 않고 더 많이 맞춰 낸다면 자연스럽게 인플레이 타구가 늘어날 것이고 결국 안타를 허용할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쿠에토는 또한 헛스윙 비율이 10.8%에서 8.7%로 하락했다.
그렇다면 타자들은 어떻게 쿠에토의 공들을 더 잘 맞춰 낼 수 있는 것일까. 그의 공들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트레이드되기 전 쿠에토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6마일. 그러나 캔자스시티 이적 후 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0.9마일이 하락한 92.7마일이다. 9월 이후에는 더 하락한 92.58마일이다. 구속이 하락했기 때문일까. 트레이드 이전, 45삼진을 잡아 낸 쿠에토의 피안타율은 .160으로 훌륭했지만 이적 후에는 .308, 가장 부진했던 9월에는 .351로 매우 좋지 못했다.
‘팬그래프닷컴’의 엔노 새리스는 쿠에토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체인지업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쿠에토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가 이적 후 1.5에서 (-2.4)로 떨어졌고 피안타율 역시 .188에서 .236으로 상승하긴 했다. 하지만 이적 후에도 쿠에토의 체인지업은 여전히 많은 땅볼을 유도했으며(44.44%→46.81%), 더 적은 플라이볼을 허용하고 있다(22.22%→19.15%). 기록만 본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새리스의 칼럼에 따르면 쿠에토의 체인지업이 비교적 더 ‘평평해졌다(flatter)’고 한다. 그 의미는 체인지업의 낙폭이 무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리스는 한 가지 여지를 두었는데 그것은 바로 수직 무브먼트는 무뎌졌지만 수평 무브먼트는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적 전, 쿠에토의 체인지업 수직 무브먼트는 1.84였는데 이적 후에는 2.50, 9월에는 2.97로 덜 떨어지는 무브먼트를 보였다. 그에 비해 수평 무브먼트는 (-5.89)→(-7.18)→(-7.46)으로 우타자 몸쪽으로 더 휘어져 들어갔다. 새리스는 쿠에토의 체인지업 무브먼트가 달라진 이유는 그의 릴리스 포인트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결론 지었다.
● 쿠에토의 체인지업 수직 릴리스 포인트와 변화
이적 전 : 5.79
이적 후 : 5.68
9월 : 5.68
지난달 1일, 필자는 펠릭스 에르난데스(29·시애틀 매리너스)의 후반기 부진의 원인은 공의 회전수 감소와 릴리스 포인트가 떨어졌는데도 무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르난데스는 구속이 전반기보다 상승했지만 공의 회전수가 감소하면서 위력이 떨어졌다. 또한 팔의 릴리스 포인트가 내려갔는데도 구속이 더 나온다는 것은 분명 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13년의 맷 하비(26·뉴욕 메츠)라고 분석한 바 있다.
에르난데스 역시 수직 릴리스 포인트가 내려가면서 패스트볼의 무브먼트에 변화가 생겼다.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가 하락하면서 싱커성 무브먼트를 보인 것이다. 당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반기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가 7.85였던 반면 후반기에는 6.84였다. 포심 패스트볼이 싱커성 무브먼트를 보이는 것은 대부분 릴리스 포인트가 낮은 투수들인데 결과적으로 에르난데스의 릴리스 포인트가 하락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였다.
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에르난데스에게 패스트볼의 위력 반감은 치명적이었다. 전반기,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207로 매우 훌륭했다. 그러나 패스트볼이 안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체인지업이 타자들에게 공략의 대상이 됐고 결국 후반기에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275로 무려 6푼 8리가 상승해 버렸다.
쿠에토는 지난 20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 등판해 매우 부진한 투구를 했다. 그 경기에서 쿠에토는 2이닝 8실점을 기록했는데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가 2이닝 이하 8실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92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의 톰 글래빈(1이닝 8실점 7자책점)에 이어 메이저리그 역대 두 번째였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쿠에토는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당시 경기에서 쿠에토의 체인지업 무브먼트는 다른 때보다도 더 좌우 움직임이 컸다. 체인지업의 수직 릴리스 포인트는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 가운데 가장 낮은 5.52였으며 수직 무브먼트는 3.10, 수평 무브먼트는 (-7.89)였다.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들은 패스트볼과 구속 차가 매우 중요하다.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구종이기 때문에 패스트볼과 구속 차가 많이 나면 많이 날수록 좋다. 새리스는 패스트볼의 구속이 떨어지고 두 구종의 구속 차가 줄어 버린 것이 쿠에토가 부진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적 전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속 차는 9.51마일이었지만 이적 후에는 8.67마일, 그리고 토론토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구속 차는 8.11마일이었다.
쿠에토는 캔자스시티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패스트볼의 구속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쿠에토가 캔자스시티를 3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FA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2015년 시즌을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기록 출처 : 베이스볼 레퍼런스, 팬그래프닷컴, 빌제임스핸드북, 브룩스베이스볼
[사진 1] 자니 쿠에토 ⓒ Gettyimages
[사진 2] 펠릭스 에르난데스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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