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사이영 투표에서 최종 순위가 큰 관심을 모으는 류현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가 제이콥 디그롬(31·뉴욕 메츠)의 역사적인 2연패로 정리됐다. 상당 기간에서 1위를 지켰던 류현진(32·LA 다저스)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시즌이다.

그러나 득표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 업적이기 때문이다. 투표인단은 각자 1위부터 5위까지 선정하며, 차등으로 점수가 배분돼 최종 스코어가 나온다. 류현진이 총점에서 어느 위치에 있을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1위는 아니더라도 2위를 기대하는 시선도 많다.

류현진은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지키고 있다. 종합적인 성적에서는 디그롬이 더 낫지만, 류현진도 다승·평균자책점·이닝소화·WHIP 등 대다수 지표에서 고른 성적을 거뒀다. 내심 2~3위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생각도 제법 읽힌다. 류현진을 2위 후보로 평가하지 않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디 애슬래틱’의 컬럼니스트 제이슨 스타크는 27일(한국시간) 자신의 컬럼에서 류현진을 5위로 뽑았다. 현지 오즈메이커들도 류현진의 수상 확률을 대략 3위 정도로 보고 있다. 오히려 류현진보다 성적이 크게 나을 것이 없어 보이는 맥스 슈어저(워싱턴)가 고평가를 받는다.

류현진은 시즌 28경기에서 13승5패 평균자책점 2.41, 1.02의 WHIP를 기록했다. 175⅔이닝을 던졌는데 아직 한 경기가 남아있어 180이닝 소화도 가능하다. 슈어저는 시즌 27경기에서 172⅓이닝을 던지며 11승7패 평균자책점 2.92의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WHIP는 1.03이다. 류현진은 탈삼진을 제외한 전 지표에서 슈어저를 앞선다.

여기까지만 보면 류현진이 슈어저보다 저평가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현지 평가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대체적으로 세이버매트릭스 측면에서 슈어저 우위론을 주장한다.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지표인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슈어저(6.5)가 류현진(4.5)을 크게 앞선다는 이유다. WAR은 최근 몇 년 사이 투표인단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과 달리,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슈어저가 앞선다는 주장도 많다. 세이버매트리션들은 최근 각광받는 기록인 가중출루율(wOBA)로부터 한걸음 더 나아간 기대가중출루율(xwOBA)를 근거로 든다. 스탯캐스트가 제공하는 타구속도와 발사각을 종합한 수치다. 이 부문에서 슈어저는 0.251로 류현진(0.285)을 크게 앞선다. 류현진은 슈어저보다 탈삼진이 적고, 게다가 타구도 더 날카로웠다는 의미다.

xwOBA로 보면 류현진의 순위는 크게 떨어진다. 오히려 슈어저가 디그롬(.257)보다도 더 좋은 수치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63), 워커 뷸러(.271), 잭 플래허티(.279), 소니 그레이(.284)도 류현진(.285)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즉, 올 시즌 류현진의 성적에 다소간 ‘운’이 끼어있다고 종합해 결론을 내릴 만하다. 당연히 이 수치를 추가로 반영한 조정 WAR은 차이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팬그래프’에 따르면 류현진의 xWAR은 4.1로 내셔널리그 10위다. 마에다 겐타(9위·4.2)보다도 못하다.

그러나 올 시즌 류현진이 약한 땅볼 타구를 많이 유도했으며 오히려 피장타율에서는 슈어저를 근소하게 앞선다는 반론도 있다. 또한 여전히 평균자책점과 같은 클래식 스탯을 중시하는 성향을 가진 투표권자도 존재한다. 결국 시즌 성과는 평균자책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류현진의 올 시즌 사이영상 득표는 보는 시각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1위표나 2위표를 줄 사람도 있겠지만, 아예 5위권 밖으로 평가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최종 순위를 떠나 최근 사이영 투표 성향의 변화를 그대로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케이스가 될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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