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류중일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신원철 기자] LG 류중일 감독은 삼성 사령탑으로 있던 시절 어느날 "이제는 지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좋은 선수단을 물려 받아 쉽게 우승 공적을 쌓는다는 선입견에 대한 항변이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 챔피언에 오르고,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지켜도 그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하다. 

그래서일까. 류중일 감독은 4위를 확정한 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하는 건 처음이네. 나는 한국시리즈 밖에 안 해봤잖아"라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언더독이었지만 당당하게 "두산과 한국시리즈를 하고 싶다"며 야심을 드러냈다. 

3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4회부터 대타 카드를 꺼내는 강수로 승리의 발판을 놨다. 무사 1, 3루에서 2번타자 정주현 타석이 오자 박용택을 내세웠고, 박용택이 희생플라이를 때리면서 점수 2-0이 됐다. 

류중일 감독은 시즌 막판에도 이른 승부수로 경기를 잡곤 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2루수를 4명이나 넣으면서 수시로 대타를 쓰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뒤 실행에 옮겼다. 

▲ LG 박용택 ⓒ 곽혜미 기자
준플레이오프 엔트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서 류중일 감독은 두 가지 뜻밖의 선택을 했다. 2경기로 끝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달리 길면 5차전까지 이어지는 시리즈인데도 투수를 12명만 넣었다. 포지션이 더 많이 겹치는 2루수 대신 유격수를 줄였다. 

주전 2루수 겸 2번타자는 정주현이다. 정주현은 곧 박용택이고 오지환이다. 2번과 9번 타순을 제외하면 대타로 교체할 만한 선수는 없다. 7명은 그대로 믿고 간다. 대신 2번, 9번 타순에 기회가 걸리면 대타를 과감히 기용할 수 있다. 

투수 12명은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노린다는 뜻이다. 3차전까지 선발투수는 이미 밝혔다. 배재준 이우찬 임찬규는 4차전 선발 후보인 동시에 불펜 자원이다. 진해수 정우영 김대현 고우석을 필승조로 두고, 송은범과 여건욱이 추격조로 들어간다. 

추격조를 늘리지 않고 대타 카드를 하나 더 쥐었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경기에 개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가장 의외의 선택은 시리즈를 3승으로 끝내겠다는 선언이다. LG는 정규시즌 키움에 7승 9패로 밀렸다. 순위는 3위와 4위로 붙어 있지만 7경기 차이로 전력 격차가 컸다. 

그럼에도 류중일 감독은 3승 무패라는 과감한 예상을 내놨다. 차우찬을 2차전 선발 후 3차전 구원으로 쓸 수 있다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3승 무패 선언은 단순한 선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 LG 차우찬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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