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진행된 박찬욱 감독과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오픈토크.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박찬욱과 코스타 가브라스의 만남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가득했다.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박찬욱 감독과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코스타 가브라스는 정치 스릴러 장르를 개척한 그리스 출신 프랑스 영화감독. 영화 '제트'(1969)로 영화 칸영화제 심사위원상과 남우주연상,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50년 넘게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 온 코스타 가브라스는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스터클래스를 가진 지 10년 만에 그리스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어른의 부재'로 10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이다. 영화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세계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밖에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박쥐' '스토커' '아가씨', 그리고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하는 등 한국은 물론 세계 무대를 누비며 맹활약하고 있다.

두 거장의 만남은 행사는 당초 오전 11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약 15분 늦어졌다. 이날 열린 '2019 부산바다마라톤' 대회로 해운대 일대의 교통이 통제되면서 박찬욱 감독이 탄 차가 길에서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결국 행사는 박찬욱 감독 없이 시작했고, 박찬욱 감독은 예정된 시간보다 25분 늦게 행사장에 나타났다.

▲ 24일 진행된 박찬욱 감독과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오픈토크. ⓒ스포티비뉴스
소개와 함께 무대에 오른 박찬우 감독은 먼저 무대에 올라 오픈토크를 진행중이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과 포옹한 뒤 행사장의 시네필, 부산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박찬욱 감독은 "차 안에서도 마음은 달리고 있었다"면서 "제 잘못은 아니지만 늦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를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과 오랜 인연이 있다며, 오랜 시간 준비 중인 영화 '엑스'를 언급했다. 박찬욱 감독은 "꼭 만들려고 하는 작품이 있다. 소설 원작인 '엑스'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먼저 프랑스어로 만드셨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영어로 그 영화를 만들려고하는데 판권을 소유하고 계신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님과 아내 미셸 가브라스가 프로듀서"라며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내 대표작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다"라고애정을 드러냈다.

박찬욱 감독은 "코스타 감독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를 보면 과연 이것이 한 감독의 작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다양하다. 답변을 드리자면, 결국 이렇게 도전하고 실천하는 선배 거장들을 배우는 마음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렇게 된다. 저는 이 감독도 배우고 시고 저 감독도 배우고 싶다. 그러다보니 다양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모두 봤다며 '박쥐' '올드보이' '스토커' '아가씨' 4편만 봐도, 한 감독이 4개의 완전히 다른 감수성, 세계관, 독창성을 표현했는지 놀라울 정도라고 찬사를 보냈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올드보이'의 경우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우리 속에 내재돼 있는 무의식의 폭력을 다룬다. 다른 영화들은 어리석은 폭력이나 거친 세계관을 보여주는데 '올드보이'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가씨'도 제가 좋아하는 작품인데, 또 완전히 다르다. 세밀한 감수성과 대승적 사랑이 있다"면서 "박찬욱 감독님이 이런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렇게 다양한 세계관이 한 감독에게서 나오는게 놀랍다. 유럽에는 그런 감독이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박찬욱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어른의 부재'를 언급하며 "신작을 며칠 전에 보고 깜짝 놀랐다. 20대가 아니신가 할 만큼 비판정신이 날카롭고 영화의 에너지가 화살이 터지듯 부글부글 끓고 있더라"고도 말했다. 그는 "흔히 나이가 들면 예술가들이 도사나 현인이 된 것처럼 차분해지고 조용해지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방향으로 간다지만, 이 분은 아직도 분노가 있구나. 용서가 없구나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감사하다. 저도 박찬욱 감독 같은 젊은 감독에게 많이 배운다. 여성 감독에게도 많이 배운다"면서 "나이가 들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선이 바뀐다. 중요한 것은 열정을 가지는 것이다. 주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사랑의 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나이든 사람들처럼, '내가 젊었을 때가 훨씬 좋았다' 같은 말은 절대 안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24일 진행된 박찬욱 감독과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오픈토크. ⓒ스포티비뉴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보통 사람들이 저를 정치적 감독이라 한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저를 요약해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면서도 "모든 것이 정치적이지는 않더라도 모든 요소에 정치적 요소가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4~5년에 한 번 투표하는 게 정치가 아니라 나와 상대의 관계가 정치다. 젊은 청년이나 진짜 힘있는 사람 모두 권력이 있다. 이 권력을 행사함으로서 행복해지는지, 불행해지는지가 다르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의 민주주의는 불행히도 정치인이 아니라 돈이 있는 이들, 은행을 통해서 정치가 진행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것은 정치적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뼈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부산 영화의 전당 등 6개 극장 27개 스크린에서 전세계 85개국에서 온 299편(월드 프리미어 11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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