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이영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민경 기자] "마음에 안 들어요. 아쉽고, 나 때문에 (박)세혁이 형이 안 좋은 소리 듣는 것도 싫고. 내가 세혁이 형 리드를 못 따라간 거예요."

두산 베어스 영건 이영하(22)는 팀이 3연승을 달리는 동안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컸다. 무엇보다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박세혁(29)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이영하는 23일 잠실에서 치른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6피안타 3볼넷 5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고 승패 없이 물러났다. 타선이 뒷심을 발휘해 6-5로 역전승한 뒤에도 마음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표정이 어두웠다. 이영하는 "마음이 복잡하다. 남은 경기에서 도움이 돼야 편하게 시즌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정규시즌에 잘해놓고 이렇게 돼서 솔직히 정말 아쉽다. 중간이든 선발이든 한 번 더 던지고 싶다. 그때는 진짜 더 열심히 던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박세혁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영하는 "나 때문에 안 좋은 소리를 들으니까 진짜 미안했다. 내가 사인이랑 다르게 공을 던지는데 형이 어쩌겠나. 형이 안 좋은 소리를 들은 것 자체가 기분이 안 좋다. 형이랑 많이 준비했는데, 내가 못 따라간 것 같아서 그래서 더 마음이 안 좋았다. 내가 더 집중했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두산은 1차전 7-6, 2차전 6-5, 3차전 5-0으로 3연승을 질주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100%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3연승한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10번 중 10번이었다. 3연승한 팀이 4연승으로 시리즈를 싹쓸이한 경우는 10번 중 7번이었다. 지금 분위기면 선발로 등판할 기회는 없을 확률이 높다. 

이영하는 "불펜에 나보다 좋은 투수 형들이 많다. 그래도 혹시나 나갈 수 있다면 어디서든 던지고 싶다. 선발 루틴을 유지하기보다는 언제 던질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다시 등판한다면 조금 더 힘으로 붙어서 이기고 싶다. 분명 2차전에 컨디션이 괜찮았는데, 조금 더 정확하게 강한 공을 던졌어야 했다.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오히려 공이 반 개씩 빠졌다. 기회가 오면 그냥 가운데 보고 던져야 할 것 같다"며 박세혁과 함께 만회할 기회가 한 번은 더 오길 바랐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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