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허경민 ⓒ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허경민이 실책한 뒤 자책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모든 원망을 내가 받고 있었을 거잖아요. 애써 태연하려고 하는데 아내가 울고 있더라고요. 미안했죠."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은 지난 26일 고척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잊지 못할 실책을 하나 저질렀다. 3차전까지 3연승을 달린 두산은 4차전만 잡으면 4승무패로 통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9-8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 서건창의 타구가 허경민에게 향했다. 평소 허경민의 수비력이면 땅볼로 처리할 타구였는데, 포구 실책을 저지르면서 9-9 동점이 됐다. 연장 10회 11-9로 이기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허경민은 반복해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허경민은 "정말 머리가 하얘졌다. 3루 더그아웃 쪽을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미안했다. 만약에 4차전을 졌으면 나 하나 때문에 힘든 상황이 됐을 것이다. 빗맞은 타구였는데, 내가 너무 마음이 앞섰다. 핑계 댈 것 없이 실력 부족이다. 많은 선수가 피해를 봤다고 생각해서 두산 유니폼을 입는 동안 빚이라 생각하고 갚아 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 외에도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 있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4차전까지 관중석을 지키며 응원을 보내준 아내다. 사실 허경민은 아내가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게 마음이 쓰였다. 

허경민은 2차전을 앞두고 만났을 때 "내가 안 좋은 플레이를 하면 관중석에서 안 좋은 말이 나올 수 있다. 가족이 뛰면 더 긴장된다고도 하더라. 그래서 부모님은 아직도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안 보신다. 아내는 1차전부터 끝까지 경기장에서 응원하겠다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고 털어놨다.

아내의 든든한 응원 속에 4경기에서 16타수 6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두르던 허경민은 마지막에 나온 실수 하나 때문에 한동안 고개를 푹 숙였다. 

허경민은 우승을 확정한 뒤 "아내를 잠깐 만났는데 울더라. 내가 모든 원망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울고 있어서 미안했다. 선수로서 남편으로서 우리 가족에게 보답할 수 있는 남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팀은 정말 강하고, 미러클이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사람 한 명 살렸다"고 말하며 안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어 "형들에게 정말 고맙다. 빚만 진 것 같다. 우승은 했지만, 큰 빚을 졌으니까 팀원들에게 갚아야 한다. 갚을 준비가 돼 있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