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를 부른 램파드 감독의 교체카드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프랭크 램파드 감독의 적절한 변화가 극적인 역전 승리로 연결됐다.

첼시는 29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에서 아스널을 2-1로 이겼다. 첼시는 승점 35점을 기록하면서 5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31점)와 차이를 벌렸다.

램파드 감독은 최후방에 안토니오 뤼디거-커트 주마-피카요 토모리를 배치하는 스리백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에메르송이 왼쪽 윙백,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윙백으로 나서 공수 모두에서 숫자를 더하겠다는 뜻이었다.

첼시는 아스널의 대응에 적절히 맞서지 못했다.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 메수트 외질, 리스 넬슨까지, 강하게 압박을 시도한 아스널 공격진 때문에 빌드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측면으로 공을 보내도 에메르송은 애인슬리 메이틀란드 나일스가, 아스필리쿠에타는 부카요 사카에게 견제를 받아 공격이 잘 되지 않았다.전방으로 공이 연결되지 않으면서 첼시의 경기 운영도 살아나지 않았다.

전반 30분이 지나도록 경기가 풀리지 않자 램파드 감독이 칼을 빼들었다. 전반 34분 만에 에메르송을 빼고 조르지뉴를 투입했다. 선수 교체와 함께 첼시는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고, 조르지뉴가 빌드업에 안정감을 더했다. 중원에서 공을 받아줄 선수가 1명 늘었다. 조르지뉴가 요소요소로 움직이면서 최후방과 측면, 그리고 중원을 연결했다. 아스널도 이전과 같은 강도의 압박을 펼치지 못했다. 덕분에 경기 주도권을 찾을 수 있었다. 

공격수 태미 에이브러햄은 "전반 30분까진 아스널이 공을 완전히 장악했다. 중원에서 우리를 꽉 잡았다. 조르지뉴가 들어오자 팀이 볼을 가지고 다른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조르지뉴 투입이 팀 전체를 끌어올렸고, 후반전엔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경기 주도권을 되찾자 첼시 경기력이 회복될 기미가 보였다. 후반에 들어서도 첼시가 주도권을 쥐었다. 하지만 점유율을 득점으로 바꾸려면 공격에 날카로움을 더해야 했다. 램파드 감독의 다음 선택은 2000년생 수비수 타릭 램프티였다. 작지만 빠른 발을 가진 선수였다. 후반 21분 램프티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태미 에이브러햄에게 스루패스를 넣었다. 에이브러햄의 슈팅은 다비드 루이스에게 걸렸다. 램프티의 활약 덕분에 윌리안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골문이 열리지 않자 이번엔 후반 25분 마테오 코바치치를 빼고 칼럼 허더슨 오도이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메이슨 마운트가 중앙으로 이동하고 오도이가 측면에 배치됐다. 효과는 금세 나왔다. 오도이가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조용했던 왼쪽 측면을 흔들기 시작했다. 마운트 역시 중앙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때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후반 29분 오도이-에이브러햄-마운트로 연결되는 간결한 패스 전개로 아스널의 수비를 깨뜨렸다. 마운트의 마지막 크로스가 차단됐다.

공격의 강도를 높여가던 첼시는 약간의 행운도 놓치지 않았다. 후반 38분 프리킥 상황에서 베른트 레노 골키퍼의 펀칭 실수를 저지르자 조르지뉴가 달려들어 마무리했다. 첼시는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휘어잡아 승기를 잡았다. 후반 42분 아스널의 공격을 차단한 뒤 역습을 전개했다. 에이브러햄이 드리블로 공을 끌고 전진했고 좌우에서 마운트와 윌리안이 침투했다. 윌리안이 오른쪽 측면에서 꺾어준 패스를 에이브러햄이 등진 채로 침착하게 슈코드란 무스타피를 제치고 득점에 성공했다.

적절한 전술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영국 BBC 라디오5의 해설자 크리스 서튼은 "램파드 감독이 경기를 바꿨다"며 램프티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을지 모르지만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고 호평했다.

전반전 교체 카드를 쓰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램파드 감독은 자신의 '판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대응책을 내놨다. 반대로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레노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 그리고 많은 부상자 때문에 적절한 교체 카드를 활용하기도 어려웠다는 것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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