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의 개혁 행보를 이끌고 있는 성민규 단장. 올해 성과가 그 추진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롯데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8년은 7위였다. 지난해는 압도적인 꼴찌였다. 승률은 0.340에 머물렀고, 1위 두산과 경기차는 무려 39경기였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시즌이었다.

팀 연봉 총액에서 계속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팀이다. “밥값을 못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가뜩이나 열광적인 부산 팬들의 비판은 시렸고, 등을 돌린 일부 팬들은 논조는 차가웠다. 롯데는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절대 과제와 함께 2019-2020 오프시즌을 맞이했다. 지금까지 결과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이른바 ‘프로세스’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롯데의 발걸음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개 꼴찌 팀이 겨울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확실한 방법은 대형 선수 등 ‘외부 충격’이다. 팀 연봉이 목구멍까지 찬 롯데는 그 방안을 쓰기 불가능했다. 그러나 롯데는 다른 방법으로 팬들의 기대치를 채워나가고 있다. 성민규 단장이 취임한 뒤 장기적인 시선에서 팀 개혁에 나섰다. 우승 갈증이 길어지는 동안 프런트와 선수단 조직의 혁신을 원했던 롯데 팬들은 이를 앞장 서 지지했다. 

허문회 감독 체제로 전환한 것은 물론, 코칭스태프 선임도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행보가 묻어난다. 대형 FA 선수들을 영입하지는 못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팀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MLB 첨단 장비를 도입했고, 그 장비를 운용할 비싼 인력들도 데려왔다. 대개 임기가 있는 임원들은 당장 성과에 집착하지만, 성 단장은 시작부터 그 유혹과 작별하겠다고 공언했다. 스스로를 벼랑 끝에 밀어붙인 셈이다.

이런 롯데를 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보기 드물었던 리더십에 대한 당혹감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일을 가지고도 너무 요란하다”는 말도 나온다.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KBO리그 조직이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반대로 “꼴찌팀이 겨울에 기대감을 심어주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한 요소도 필요하다. 그것이 팬들에 대한 의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겨울과 봄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고, 시즌을 시작하는 봄과 시즌이 마무리되는 가을은 또 다르다. 현재의 비교적 우호적인 여론은, 성과에 따라 언제든지 롯데 프런트를 겨누는 칼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야구계에서는 “결국 초반 성과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의 2020년 성과 평가는 부르짖었던 ‘프로세스’의 순항 여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구단이나 마찬가지인 팬들의 성적 민감도를 생각하면, 우승을 하지는 못해도 방향에 설득력은 있어야 한다.

허니문은 생각보다 짧고, 성과 없이는 급격히 힘을 잃는다. 가장 개혁적인 성향을 표방한 롯데는 더 그렇다. 실패하면 곧바로 관성에 휘말린다. 한 번 실패한 개혁은 다음 개혁에 장애물이 된다. 세상과 야구단 운영은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의 2020년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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