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팀 5선발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이원준 ⓒ배정호 기자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 배정호 영상 기자] SK 선발진의 미래 중 하나로 불리는 이원준(22)은 2018년 5월 5일을 잊지 못한다. 자신의 프로 1군 데뷔전이 있었던 날이었다. 기억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다. 이원준은 “정신을 차려보니 팬들이 부산 갈매기를 부르고 있더라”고 했다.

8회까지 1-1의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블론세이브 이후 불펜이 쓸 선수가 없었던 SK는 9회 이원준을 승부수로 투입했다. 이원준으로서는 갈고 닦은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결과는 잊고 싶을 정도였다. 이원준은 이날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는 동안 안타 3개를 맞고 2실점했다. 경기가 완전히 넘어갔다.

롯데의 타격감이 좋았고, 어린이날이라 만원 관중 앞에서 펼쳐진 데뷔전이었다. 이원준은 “블론세이브 직후 올라간 상태였는데 데뷔전 긴장감이 말 그대로 살벌했다”면서 “(롯데 팬들은) 부산 갈매기를 부르고 있더라. 그것만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런 이원준은 “지난해 LG전(7월 18일 1⅓이닝 5실점)에서는 타자들이 너무 잘 쳤다. 차라리 납득이 됐다”고 또 씁쓸함을 드러냈다. 

150㎞를 던지는 좋은 체격 조건을 앞세워 구위 자체는 퓨처스리그(2군)에서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군의 벽은 높았다. 타이밍도 잘 맞지 않았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 좀처럼 편한 상황이 없었다. 이것도 깨뜨려야했지만, 이원준의 준비는 결과적으로 부족했다. 데뷔전처럼, 뭔가 해보기도 전에 모든 상황이 비극적으로 끝나있었다. 이제는 그런 일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이원준은 오프시즌 중 하나의 결단을 내렸다. 팔을 조금 내렸다. 중학교 때 자신이 처음 시작했던 그 각도다. 몸에 맞는 공을 입어서 그럴까, 아니면 오프시즌 중 훈련에 매진해서 그럴까. 어쩌면 그 두 가지가 모두 맞다고 볼 수 있는 이원준의 구위는 코칭스태프의 칭찬을 모으고 있다. 5선발 경쟁도 경쟁이지만, 데뷔 후 1군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할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SK의 베로비치 캠프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이원준도 의지가 강하다. 이제 마냥 신인급 선수가 아니다. 실력으로 형들과 경쟁하겠다는 각오다. 이원준은 “지금 일단 공을 최대한 많이 던지면서 잘 관리하고 있다. 아픈 곳은 없다”면서 “3년 동안 2군에서만 200이닝을 던졌다. 너무 정신없이 흘러간 것 같다. 올해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1군에서 최대한 많이 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염경엽 SK 감독도 이원준을 5선발 후보 중 하나로 놓고 있다. 이원준도 데뷔 이후 최고의 위치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셈이다. 마음도 단단히 먹기로 했다. 이원준은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어조다. 이어 “이닝도 길게 막고 싶고, 깔끔한 이닝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한 의지와 어느 때보다 좋은 구위로 무장한 이원준이 반란을 일으킬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 배정호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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