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일본 프로야구 구단이 도입한 이색 응원법 '제트 풍선'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올해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 신원철 기자

지금 국내 프로스포츠는 그야말로 '코로나19 포비아' 정국이다. 남녀 농구와 배구는 모두 '무관중 경기'를 진행한 가운데 프로농구는 KCC의 숙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규리그가 전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당장 개막을 앞뒀던 축구는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신종 전염병' 코로나19의 마수(魔手)는 프로야구에도 뻗쳤다. 다른 종목들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던 KBO는 결국 지난달 27일 시범경기 전면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선택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3월 3일 열릴 실행위원회(단장 모임)와 3월 10일 예정된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정규시즌 개막 연기가 결정된다면, 프로야구 산업 전반에 걸쳐 더욱 거센 후폭풍이 몰려올 수도 있다.

스포티비뉴스는 사회적인 문제로 커진 코로나19가 프로야구계 전반으로 끼칠 악영향 그리고 직격탄을 맞게 된 KBO리그의 분위기와 대응책, 우리나라와 유사한 처지에 놓인 일본프로야구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 KBO리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시범경기 전면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규시즌 개막 일정도 불투명하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KBO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로 시범경기 전면 취소를 결정했다. 1983년 시범경기가 생긴 뒤 전면 취소는 단 한번도 없었다.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운 지역사회 감염이 활발해진 이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KBO는 다음 달 3일 실행위원회(단장회의)를 열고 2020년 정규 시즌 운영 방안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일본프로야구(NPB)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우선 무관중 시범경기를 확정한 뒤 상황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갖가지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KBO는 시범경기 전면 취소-NPB는 무관중 시범경기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KBO와 10개 구단 모두 고민에 빠졌다. 추상적인 우려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 결과 한 시즌 144경기라는 틀을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시범경기는 취소한 뒤에 추이를 살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각 구단은 시범경기 취소가 결정된 뒤 귀국을 미루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가장 먼저 귀국 연기를 결정한 KIA 관계자는 "시범경기 취소 발표가 나기 전부터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구단은 예정대로 귀국해 국내에서 연습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 도쿄돔. ⓒ 곽혜미 기자

KBO는 애초 시범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르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선수끼리의 감염까지 원천 차단하기 위해 취소를 결정했다. 이는 일본의 시범경기 전면 무관중 결정보다 강력한 예방 조치다. 일본은 지난달 25일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먼저 도쿄돔 시범경기의 무관중 진행을 결정했다. 이어 26일 NPB(일본야구기구) 차원에서 남은 72차례 시범경기를 모두 무관중으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악수는 죄송합니다"…팬들과 만남 포기

이 조치에 앞서 일본 프로야구 구단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들을 마련한 상태였다. 상당수 구단에서 시범경기 기간 7회 이벤트에 쓰는 응원용품 '제트 풍선' 사용을 자제하거나 금지하기로 했다.

팬들과 만남도 포기했다. 지바 롯데는 구단 주최 이벤트를 전부 취소했다. 세이부 라이언스, 오릭스 버펄로스, 야쿠르트 스왈로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등은 선수들과 팬이 만날 수 있는 경로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거나 차단했다. "악수, 사인, 사진 촬영 등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팀도 있다.

히로시마 카프는 이런 상황에서도 팬들을 밀집된 장소에 모이게 해 눈총을 받았다. 히로시마는 정규시즌 티켓 구매권 1200장을 추첨으로 나눠준다. 그런데 20만 장의 추첨권을 홈구장에서 배포했다. 

코로나19 감염 방지책은 "가능하면 주변 사람과 2m 이상 거리를 두시기 바랍니다", "기침 에티켓을 지켜주십시오"였다. 일본 슈칸베이스볼은 "온라인 판매도 가능한데 굳이 아날로그 판매 방식을 고집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온라인 배부, 판매라면 아무도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도쿄 긴자에서 한 약국 직원이 마스크를 판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AP
◆무관중 시범경기…정부의 요청, 요미우리의 결정

일본 스포츠 전문잡지 '넘버'에 따르면 사실 NPB는 지난달 21일까지만 해도 시범경기의 취소는 물론이고 무관중 진행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24일 정부 전문가 회의에서 "앞으로 1~2주가 고비"라는 결론을 내리고, 아베 신조 총리가 2주 동안 전국적으로 스포츠 문화 행사를 중지하거나 규모를 축소할 것을 요청하면서 NPB도 시범경기 정상 진행을 재검토하기에 이르렀다. 무관중 시범경기는 요미우리의 결정을 계기로 리그 전체에 확산했다.

◆개막 연기?…동일본대지진 사례와 도쿄올림픽 딜레마

NPB 사이토 아쓰시 커미셔너는 무관중 진행은 시범경기에 한정하고, 정규 시즌은 3월 20일 개막해 예정대로 치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개막 지연에 대해 "상황이 파악되기 전에는 확답할 수 없다"며 여지를 뒀다. 그러나 9년 전의 전례가 있기에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동일본 대지진은 프로야구 시범경기 기간에 일어났다. 3월 11일 열린 4경기는 모두 콜드게임으로 끝났고, 12일과 13일 경기는 취소됐다. 홈구장 위치에 따라 시범경기 개최가 무산된 팀도 적지 않았다. 진앙과 가장 가까이 있던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물론이고 수도권 팀인 지바 롯데, 야쿠르트, 세이부의 홈 시범경기가 취소됐다. 개막은 3월 25일에서 4월 12일로 연기됐다.

문제는 올림픽이다. KBO리그와 마찬가지로 NPB도 올해 도쿄 올림픽을 고려해 개막을 3월 20일로 앞당겼기 때문에 일정 조정이 쉽지 않다.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도쿄올림픽 기간에 무려 24일간(7월 21일~8월 13일) 양대리그를 중단하기로 해놓은 상황이다. 여기에 광고 계약, 중계권 계약, 시즌권 판매 등 돈과 얽힌 문제들도 수없이 많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가 같은 고민에 빠졌다. 일본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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