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꿈치 수술 후 투구폼까지 수정한 김택형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2020년을 바라보고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8년 11월, 마무리캠프를 앞두고 SK는 좌완 김택형(24)의 왼 팔꿈치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었다. 팔꿈치에 뼛조각이 있었다. 그런데 의사들의 소견이 갈렸다.

아주 큰 통증을 일으킬 만한 크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통증에 육체적인 피로는 물론 심리적인 소모까지 심했다. 첫 진단에서는 “수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공백이 긴 수술은 아니었기에 구단도 선수도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진단에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정도는 할 필요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SK는 혼란스러웠지만, 굳이 칼을 들 필요가 없다는 의사의 말에 따랐다. 

돌이켜보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김택형은 끝내 2019년 시즌 중 수술을 결정했고, 예정대로 2019년 시즌이 끝난 뒤 뼛조각을 제거했다. 2019년 9월 말의 일이었다.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엔트리 합류를 놓고 고민했지만, 성적으로 특별한 메리트가 없었다. 그럴 바에는 그냥 빨리 수술을 해 2020년을 대비하는 게 낫다고 봤다. 김택형의 아쉬웠던 2019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2018년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드디어 팀의 기대치를 채우는 듯 했다. 그러나 통증은 계속 있었고, 뭔가의 시도를 방해했다. 밸런스도 계속 흔들렸다. 1군과 2군을 오갔다. 1군 26경기에서 23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김택형 자신도, 그를 확실한 좌완 필승조로 생각했던 SK도 입맛을 다신 시즌이었다. 그렇게 수술이 끝난 뒤, 김택형은 “이제 더 핑계를 댈 것이 없다”고 말한다. 

2020년을 앞둔 김택형은 투구폼을 수정했다. 아프지 않아 진척도 빨랐다. 그는 “지금까지는 엎어 던진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힘을 더 쓰다 보니 구속이 올라오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밸런스가 계속 흔들리며 제구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염경엽 SK 감독을 비롯한 투수 파트 코칭스태프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지금은 조금 더 서서 던지는 폼으로 바뀌었다. 몸을 덜 꼬고, 일정한 밸런스로 팔이 올라가다 정점에서 선 상태로 공을 때리는 폼으로 확 바뀌었다. 큰 변화라면 큰 변화인데 현재까지는 만족스럽다. 염 감독부터가 “훨씬 더 안정됐다. 당분간 결과에 신경을 쓰지 말고 지금 폼을 유지하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SK는 구속과 제구 모두를 잡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집중관리를 받고 있는 김택형이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심정은 '홀가분'과 '차분'의 사이 어디쯤에 있다. 지금까지는 밖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팔꿈치 문제라는 면죄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면죄부가 없다. 부담이 될 것 같지만 동시에 팔꿈치 통증에서 홀가분해진 것이 더 크다. 1년 내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통증과 싸웠던 김택형의 표정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몸을 만들기도 수월했다.

그는 “1월 IMG아카데미에서 몸을 잘 만들었다. 재활은 어느 정도 다 된 상태였다. 재활을 하러 간 게 아니라 몸을 만들러 갔다는 표현이 맞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물론 요가와 필라테스도 했다. 짧고 굵은 프로그램이었다”고 떠올리면서 “캠프에 맞춰 몸을 만드는 단계였는데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아프지 않은 듯 팔꿈치를 돌렸다. 

아프지 않은 팔꿈치처럼 마음도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데뷔 당시부터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대치가 컸다.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그 기대치는 더 커졌다. 알게 모르게 주위의 시선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르다. 김택형은 “마음을 놨다. (김)태훈이형이 ‘할 것만 하고, 나머지는 맡기면 된다’고 하더라. 할 수 있는 것에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처럼 낮은 자세로 시즌을 준비하는 김택형이지만, SK의 기대치는 그렇지 않다. 초반 고비만 잘 넘기면 올해는 제대로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김태훈이 선발로 이동하면서 좌완 필승조 한 자리가 비었다. SK는 김택형을 ‘0순위’로 놓고 있다. 김택형이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는 원년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어쩌면 반드시 그래야 하는 2020년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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