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들로 꽉 찬 잠실구장.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누구도 개막을 알 수 없는 막연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3월 3일 KBO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에서 개막 연기가 의제로 떠오르고, 10일 이사회(대표 회의)에서 연기가 확정된 뒤 10개 구단 선수들은 모두 기다림과 싸움을 시작했다. 이기는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14일부터 24일까지 잡혀 있던 시범경기가 전면 취소되자 각 구단은 스프링캠프 연장이라는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수 구단은 외부 요인으로 캠프를 연장하지 못한 채 귀국했다. 훈련장 섭외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일본 오키나와에 있던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연장을 결정하고도 항공편 축소로 쫓기듯 예정보다 일찍 돌아왔다.

▲ 청백전이 펼쳐지고 있는 잠실구장. ⓒ 곽혜미 기자
귀국 뒤에도 기다림은 끝이 없다. 청백전, 홍백전의 연속. 상대 팀 없는 경기에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선수들은 이럴 때일수록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식을 안고 뛴다.

LG 포수 유강남(27)은 "평소와 똑같이 움직이면서 늘어지지 않게 노력한다.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한다. 긴장하자, 경기라는 생각으로 하자는 의식이 크다. 훈련 안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한 발짝 더 움직이려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수 김대유(28)는 "올해가 특이한 경우지 내년에는 평소와 같지 않을까. 지금 개막한 것처럼 컨디션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외야수 채은성(30)은 "집중 안 하고 뛰면 부상이 오기 쉽다. 청백전에서 다치면 아쉽지 않겠나. 그런 걸 막기 위해서라도 더 신경 쓰고 집중하면서 뛰려고 한다"고 밝혔다.

▲ LG 채은성. ⓒ 곽혜미 기자
일본 프로야구는 무관중 시범경기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소프트뱅크 호크스 등 일부 구단은 무관중 경기에도 전광판을 시즌과 똑같이 운영하면서 긴장감을 높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일시적인 대안은 될 수 있어도 해결책까지는 안 된다는 것이 선수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욱 팬들의 육성 응원이 그리워진다고도 했다.

외야수 이형종(30)은 "(효과를)잘 모르겠다. 그래도 팬들이 오시는 게(좋지 않을까). 응원가만 트는 건 웃길 것 같다. 분위기는 약간 올라올 것 같긴 한데 뭘 해도 청백전은 다른 팀과 할 때와 긴장감이 다르다"고 답했다.

"아뇨.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요." 채은성은 단칼에 잘랐다. 

그는 "응원은 팬들이 육성으로 해주셨을 때 긴장되고 '텐션'이 오른다. 소리로만 나오고, 경기장이 비어있으면 그 기분이 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이 야구 없는 봄을 힘겨워 하는 것처럼 선수들도 팬 없는 야구장을 쓸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