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이상규.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프로 입단 직후에는 직구 구속 140km도 겨우 넘겼다는 선수가 이제는 150km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로 기대를 모은다. 태권도로 키운 운동 신경에 미국 일본의 이론까지 섭렵했고, 한편으로는 "너 20구면 끝나잖아"라는 말에 자극을 받은 결과다.

친구 따라 야구선수

이상규는 야구가 아닌 태권도로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 나갔을 정도로 태권도에 소질이 있었다고.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하러 전학 간다는 친구를 따라간 것이 계기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까지 이상규는 '이도 저도 아닌 선수'였다고 한다.

그는 "야수할 때는 어깨 좋다, 힘이 좋다 정도 얘기만 들었다. 투수할 때도 어깨 좋다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프로 입단 후에도 야수 할래 투수 할래 하는 질문을 받았다. 투수로 한 번 해보고 싶어서 투수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은 전역 후 구속이 오르면서다. "군대 가기 전에는 140km도 힘들었다. 군대에서 전역하면 뭐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야구로 지지 말자, 잘하자는 간절한 마음을 안고 나왔다." 이상규는 전역을 계기로 변신했다.

▲ LG 이상규. ⓒ 곽혜미 기자
▷알고보면 공부하는 투수

아직 자신을 무명 선수라고 말하는 이상규지만 주변의 기대는 상상 이상이다. 차명석 단장이 직접 "요즘 완전히 떴다. 화제성 있는 선수"라며 주목할 정도.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팬들까지 최고 150km까지 던지는 강속구 투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규는 "어떻게든 내 몸에 있는 힘을 다 쓰려고 한다. 발가락 끝부터 손끝까지. 유연성도 중요하다. 여기에 근력도 필요하다. 유연성과 근력 다 잡으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어릴 때부터 했던 태권도의 영향으로 기초 체력은 확실했다. 여기에 전역 전 이곳저곳 '구속 빠르게 해준다'는 야구 교습소에 찾아다니며 공부를 시작했다.

전역 후에는 외국 투구 이론이 더해져 구속이 쑥쑥 올랐다. 이상규는 "일본식, 미국식 메커니즘 모두 공부를 해봤다. 힘을 쓰려고 하니 미국 쪽이 잘 맞는 것 같다. 드라이브라인이라는 곳의 이론을 찾아서 공부했다. 동영상도 보고 그쪽에서 배워온 분들께 많이 여쭤봤다. 유연성은 일본 쪽 자료를 공부했다. 최일언 코치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 LG 이상규. ⓒ 곽혜미 기자
단장님 상규도 잘해요

차명석 단장은 30일 경기를 앞두고 "이상규가 공은 빠른데 20~30구 정도 던지면 구속이 떨어진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상규는 이미 작년에 극복한 문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 사실 나는 작년에 고쳤다고 생각한다. 또 주변에서도 '너 20개 던지면 끝나잖아' 해서 사실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세게 던지려고 했다."

30일 경기에서는 3이닝 동안 46구를 던지며 1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상규는 "사실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다. 볼넷을 내줄 뻔한 상황이 많았다. 운 좋게 타자가 쳐줘서 잡은 것도 있다. 그래도 무실점이니까 잘했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던졌다"고 밝혔다.

무실점 외에는 보완점 투성이라고 자평했다. 3회까지 145km 이상 직구를 꾸준히 던졌지만 이상규는 "최고구속도 최고구속이지만 평균 구속이 안 좋았다. 평균 구속을 유지하고 싶은데 밸런스가 별로였다"고 말했다.

변화구 구사도 아쉬웠다고.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싶은데 아직 그게 미숙하다. 직구로 파울을 유도해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으려고 했다. 자신 있는 변화구는 던질 때마다 다르다. 작년에는 슬라이더라고 생각했는데 커브가 좋은 날도 있다."

▲ LG 이상규. ⓒ 신원철 기자
▷개막만 기다립니다

지난해 8월 23일 NC전에서 데뷔한 그는 얼떨떨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 채 마운드에 올랐다. 세 타자를 상대해 아웃카운트 하나.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이 하나씩 나왔다. 

그는 "긴장해서 손톱만 물어뜯고 있었는데 나가게 됐다. 몸 푸는 데 담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서 "아직 팬들께서 이상규라는 선수를 잘 모르실 거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작년 데뷔전 투구는 잘 모르실 거다. 어서 개막해서 이상규라는 선수를 보여주고 싶다"고 웃었다.

이제 잠실 마운드는 익숙해졌을까. 이상규는 "약간 여유는 생겼다. 야구장 오면 팬들 있는 쪽을 잘 못 봤다. 지금은 관중석도 보고, 숨도 한 번 더 쉬어보고 한다"고 얘기했다.

류중일 감독은 일단 "선발 테스트라기보다는 50개 정도 던지는 걸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상규 자신은 어떤 보직을 원할까. 그는 "중간으로 나가다가 선발투수들 체력 떨어졌을 때 그때 선발로 시즌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2020년 시즌 시나리오를 그렸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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