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피츠버그에서 1루 수비도 가능한지 문의했다. 원래 고교 시절 포지션이 1루고 자주 섰던 포지션이라 가능하다는 답을 전달했다. 다만 올해 1루에 섰을 때 타율이 높지 않아서.”

메이저리그 구단이 아시아 야수를 선택할 경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다재다능'이다. 단순히 발만 빠르거나 정확한 타격 특화가 아니라 한 방도 있고 수비력도 나쁘지 않으며 정확한 스윙에 발도 빠른 편인. 두루 갖춘 타자를 선호한다. '타격 기계' 김현수(27)는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다재다능 야수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2006년 두산 베어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이듬해 주전 선수로 발돋움하며 풀타임 9시즌을 치른 김현수는 포스팅시스템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자유의 몸 FA(프리에이전트)가 됐다. 어렸을 때부터 메이저리그, 일본 야구 영상을 예의 주시하며 자신이 본받아야 할 점을 보고 공부하며 실전에서 활용하던 김현수는 FA 자격 취득으로 꿈의 무대 입구 앞에 섰다. 프리미어12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8경기 타율 0.333(33타수11안타) 13타점으로 클러치 히터로서 면모를 보여준 것은 선수 개인에게 호재다.

김현수의 경우 두산 잔류나 국내 타 팀 이적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미지가 있으나 그에 앞서 메이저리그 도전은 선수의 꿈이기 때문이다. 자아실현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이를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 듯 프로 야구 선수 김현수도 마찬가지다. “모든 창구를 열어 두고 오퍼를 기다리겠다”라는 것이 김현수 측의 이야기지만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메이저리그 구단의 러브콜이다.

여기서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메이저리그 구단은 아시아 야수의 가장 큰 덕목으로 '다재다능'을 우선시하며 선수들을 영입했다.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는 안타 제조기로 메이저리그에서 명성을 떨쳤으나 그는 오릭스 블루웨이브 시절 1994년부터 2000년까지 7시즌 동안 117개의 홈런을 친 중, 장거리 타자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마쓰이 가즈오(라쿠텐)가 FA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때 각광 받았던 이유는 30홈런 유격수, 50m를 5.7초에 끊는 최고의 빠른 발, 시속 148km까지 던졌던 강견 등 공수주 두루 뛰어난 운동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거포라고 다를 것은 없다.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마쓰이 히데키는 2002년 50홈런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100m를 11초 대에 끊는 준족이다. 홈런은 줄어 들었으나 클러치 히터로서 활약한 마쓰이는 양키스 외야 한 축으로 자리했다. 미네소타와 우선 협상을 벌일 박병호(넥센)의 가치 상승에는 홈런 수뿐만 아니라 2012년 호타 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31홈런-20도루) 기록 달성도 한몫했다. 지난해 '40홈런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는 KBO 리그의 다재다능한 내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김현수는 어떤가. 안방 잠실 구장 영향도 있으나 한 시즌 30홈런 이상은 기록하지 못하고 9시즌 통산 142홈런을 친 김현수는 KBO 리그의 슬러거가 아닌 중, 장거리 타자다. KBO 리그 투수들과 비교해 훨씬 빠른 공을 던지고 더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구사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했을 때 단순 장타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현수의 발은 100m 12초대 중반으로 느리지는 않지만 메이저리그와 비교했을 때 빠르지도 않다.

몸을 사리지 않는, 후천적으로 괄목 성장한 좌익수 수비는 김현수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외야수들의 강견과 수비 범위와 비교하면 무리가 있다. 지금 김현수가 가장 자랑스럽게 앞세울 수 있는 것은 정확한 타격이다. 장타-정확도-발 빠르기-수비력-강견 5툴 기준으로 보면 김현수가 내세울 강점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돌파구는 있다. 바로 '멀티 포지션 능력'. 김현수는 원래 신일고 시절 1루수가 주 포지션이었다. 그리고 프로 데뷔 후 주전 좌익수 자리를 굳힌 뒤 심심치 않게 1루수로도 출장했다. 1루수 김현수는 수비 범위나 포구가 준수하고 시프트에 따라 움직이는 플레이도 좋다. 야구 성장판이 열려 한창 크는 순간 익숙했던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정호의 소속팀인 피츠버그가 '좌익수 김현수'가 아닌 '1루수 김현수'가 가능한지 묻기도 했다. 피츠버그 주전 1루수 페드로 알바레스의 1루 수비를 아는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걸리는 것은 올해 1루수 출장 때 타율이 높지 않았다는 것. 기록 사이트 STATIZ(www.statiz.co.kr)에 따르면 올해 김현수는 1루수로 106타석 89타수 23안타 4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0.258에 출루율 0.377. 선구안은 살아 있으나 타율이 떨어진 것은 아쉽다. 수비 포지션에 따라 공수 교대 후 타격에 주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고려하면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김현수의 '멀티 포지션 가능'은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강점으로 볼 수 있다. 피츠버그뿐만 아니라 워싱턴, 애틀랜타 등도 김현수에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현수는 KBO 리그 타자들 가운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가장 오랫동안 주의 깊게 눈여겨  타자다. 스카우트들에게 가장 자주 자신의 장점을 표출했던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사진] 김현수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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