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UFC 특별취재팀 정윤하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종합격투기 역사에 길이 남을 종합격투기 대회가 개최된다.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UFC 23년 역사 최초의 대한민국 대회다. 2007년 열렸던 '히어로즈(HERO'S) 서울 대회'와 'K-1 월드 그랑프리 개막전' 이후 8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해외 메이저급 격투기 이벤트다.

벤 헨더슨,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 김동현 등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파이터들이 나선다. 경기가 취소되긴 했으나 미르코 크로캅도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여기에 마우리시오 쇼군, 마크 헌트,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등 프라이드 시절부터 국내 격투기 팬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아 온 게스트 파이터로 초청돼 홍보를 맡았다.

2015년 현재 우리에게 일어난 작은 기적, 격투기 골수팬들조차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던 'UFC의 한국 진출'이 현실로 일어난 배경에는 여러 가지 해석들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파이터들의 활약이 대단해서 UFC가 서울에 들어오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대한민국 격투기 시장 자체가 커졌기 때문에 UFC가 들어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사실 가장 큰 핵심은 UFC의 '아시아 정책 변화'라는 것에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UFC 동아시아 시장에 대한 역사, 1기부터 3기까지

UFC의 아시아 정책의 역사는 크게 3기로 나뉜다. 1기는 SEG(Semaphore Entertainment Group)의 'UFC 재팬(JAPAN) 시대'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UFC는 'UFC 재팬'이라는 브랜드를 만든다. UFC 재팬 사무국만의 독자적인 흥행 구조를 갖는 것은 물론 지역 챔피언 벨트까지 제작해 타이틀전을 벌였던 이 오묘한 체재는 당시 일본에 몰아치던 '프로레슬러 대 그레이시 일족' 스토리 때문에 외면 받아 철저하게 실패하게 된다.

2기는 마크 피셔 시대다. 2001년 주파(ZUFFA)가 SEG로부터 UFC를 인수한 이후 아시아 시장 흥행은 뒤로 미뤄졌다. 이들은 무엇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생존이 중요했다.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UFC는 2005년 '디 얼티밋 파이터(이하 TUF)' 시리즈의 성공과 함께 분위기 반전을 이뤄 이듬해에는 세계 제일의 단체라 불리던 일본 프라이드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2012년, 12년 만에 도쿄 재상륙을 이뤄낸 UFC는 이미 종합격투기 인기가 완전히 식어 버린 일본 종합격투기 시장에 집중하기 보다는, 중국 대륙이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2013년 UFC 아시아 지사장에 취임한 마크 피셔는 이러한 사명을 갖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초, 마카오에서 자신 있게 말한다. "2015년까지 UFC는 중국 본토에 입성할 것이다"라고.

하지만 그가 내놓은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중국에 NBA 열풍을 가져왔던 마크 피셔 신화는 재현되지 않았다. UFC는 중국 본토 진출을 위해 막대한 자금과 열정을 쏟아 부었으나 결국 대회 개최에 대한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마크 피셔는 2014년 말, 아시아 지사장의 자리를 켄 버거에게 넘겨주게 된다.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켄 버거 아시아 지사장 시대가 바로 제 3기다. 켄 버거 사단은 매우 독특한 정책을 취한다. 섣불리 중국 본토 대륙을 노리는 강행군을 펼치기보다 종합격투기에 대한 정서적 동화가 있는 일본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동아시아 격투 시장에 불을 지피고, 그것을 발판 삼아 중국까지 진출해 들어가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로컬 정책'도 눈에 띈다. 켄 버거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포인트다. 일본에서 아놀드 파머 오픈, 메이저 리그, 윔블던 테니스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실현시킨 경험이 있는 그는 누구보다 동아시아 시장 특유의 정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UFC 아시아 동아시아 로컬라이징 정책

켄 버거의 UFC 아시아 지부는 동아시아 로컬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로드 투 UFC: 재팬'과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 전반이다.

'로드 투 UFC: 재팬'은 UFC 일본 대회를 앞두고 일본 지상파 방송국에서 방영한 격투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UFC는 어떠한 시장의 흥행을 위해서 주로 단체를 대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TUF'를 방영해 UFC를 먼저 알리는 방식의 마케팅을 펼쳐 왔는데, 일본의 경우는 달랐다. 일본만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UFC는 '로드 투 UFC: 재팬'의 보다 자연스러운 현지화를 위해 프라이드의 VTR을 맡았던 사토 다이스케 프로듀서 팀에게 방송 영상 제작을 맡겼으며, 성우에는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겐도역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프라이드 VTR 목소리' 타치키 후미히코를 앉혔다. 

파이터 개인의 인생과 꿈을 조명했다. 선수들끼리 욕을 주고받고 싸우는 게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일본식 감성을 카메라에 담은 이 프로그램은 일본의 격투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서울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개최되는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역시 대한민국 격투기 팬들을 위한 로컬라이징이 크게 가미된 대회다. 

벤 헨더슨, 추성훈 등 외국 국적을 가졌지만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지니고 있는 선수들을 메인 카드에 세웠고, 복무로 인해 경기를 뛸 수 없는 정찬성과 강경호를 제외하고 대한민국 파이터 전원이 라인업에 합류했다(임현규는 부상으로 이탈).

추성훈의 경우도 굉장히 놀랍다. UFC 서울 대회 미디어 홍보 자료에는 그의 본명인 '아키야마 요시히로(Yoshihiro Akiyama)'가 아닌 '추(CHOO)'라고 소개되어 있다. 심지어 UFC는 UFC 대회에서 선수 호명을 '추성훈'이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것 역시 전례를 찾기 힘든 경우다.

원챔피언십(ONE Championship), 로드FC(ROAD FC)는 중국 본토에 진출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UFC는 한-일 종합격투기 라인으로 되돌아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분위기가 다른 지역 로컬라이징 정책을 통해 동아시아 종합격투기 시장 재편을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의 격투기 문화를 UFC에 접목시킨 현지화를 통해 격투기 팬들에게 보다 나은 이벤트를 선사한 UFC. 11월 28일, 우리는 종합격투기 역사상 처음 시도되는 UFC 한국 대회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MMA 레전드들의 미디어 데이도 끝났다. 경기 전 계체도 끝났다. 이제 남은 건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뿐이다. 살아있는 역사를 마주하게 될 설레는 이벤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UFC 서울 대회는 오늘 저녁 6시 SPOTV2와 슈퍼액션, OtvN에서 생중계된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도 인터넷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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