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주장 민병헌(왼쪽)과 허문회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고봉준 기자] 롯데 자이언츠 주장 민병헌은 최근 허문회 감독과 밀당 아닌 밀당을 벌였다. 타격 부진과 심신 피로를 이유로 2군행을 자처했지만, 사령탑의 만류로 며칠간 휴식을 취하는 방편으로 재충전을 대신했다.

민병헌은 올 시즌 주장을 연임하면서 비롯된 중압감과 타격 부진으로 생긴 부담감이 갈수록 커졌다. 그러나 허문회 감독은 공수 중심을 잡아줄 민병헌이 필요했고, 결국 짧은 휴가로 타협을 대신했다.

당초 허 감독이 민병헌에게 부여한 휴식 기간은 이틀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원정 마지막 날이었던 19일과 경기가 없는 20일이었다. 이틀을 쉰 민병헌은 예정대로 21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복귀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8회초 대타로 나와 중견수 뜬공만을 기록한 채 경기를 마쳤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허문회 감독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그래도 허 감독은 다음 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민병헌은 자기가 해야 할 몫을 알고 있는 선수다. 이번 휴식을 통해 극복하리라고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아직은 재충전이 더 필요해 보였던 민병헌은 이후 뜻밖의 휴식을 추가로 맞이했다. 장맛비로 22~23일 SK전이 연달아 취소되면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민병헌은 이렇게 이틀을 더 쉰 뒤 24일 고척스타디움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을 통해 선발로 돌아왔다. 8번 중견수. 그리고 이 경기를 통해 허 감독이 왜 민병헌을 필요로 했는지가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첫 타석은 좋지 못했다. 2회 무사 1루 찬스에서 6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 롯데 민병헌(가운데)이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4회 정훈의 중전안타 때 상대 포수 박동원(오른쪽)의 태그를 피해 홈베이스를 손으로 짚고 있다. 롯데는 이 쐐기점을 앞세워 4-2로 이겼다. ⓒ고척돔, 한희재 기자
그러나 이후 민병헌은 침착하게 자기 몫을 다하기 시작했다. 4회 무사 1·2루에서 맞이한 두 번째 타석에서 투수 방면으로 침착하게 번트를 댔다. 그런데 이 공을 투수 최원태가 3루로 던지면서 모든 주자가 세이프됐다. 민병헌 역시 마찬가지. 이후 정훈의 타석 때 폭투가 나오면서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진루했고, 민병헌은 이어진 정훈의 중전안타로 홈을 파고들었다.

재치가 넘친 플레이였다. 민병헌은 포수 박동원의 태그를 피하며 왼손으로 홈베이스를 짚어 득점을 올렸다. 주심의 첫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비디오 판독으로 결과가 뒤집혔다.

롯데로선 결정적인 쐐기점을 뽑은 셈이었다. 롯데는 여기에서 리드를 4-2로 벌리면서 후반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박세웅이 6회 도중 내려갔지만, 오현택과 박진형~구승민~김원중이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며 승리를 맛봤다.

숨은 공신으로 활약한 민병헌은 5회 깨끗한 우전안타까지 뽑아내며 선발 복귀전을 만족스럽게 끝냈다. 짧은 휴가였지만 롯데로서도, 민병헌으로서도 귀중한 전환점이 된 재충전이었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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