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아.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가수 보아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년 전인 2000년 8월 25일은 보아가 데뷔곡 '아이디: 피스 비'를 발표하고 가요계에 등장한 기념비적인 날이다.

"내 세상에서 이젠 멈출 수가 없다"고 당차게 데뷔한 보아는 20년간 정말 멈추지 않고 '보아'라는 특별한 영역을 공고히했다. 보아의 발자취는 K팝이 나아간 궤적이기도 했다. '아시아의 별'이 된 보아의 20주년은 개인 뿐만 아니라 K팝 역사에도 기록되어야 할 소중한 성취다.

보아는 '1세대 아이돌 조상' H.O.T.와 S.E.S.의 뒤를 이어 만 13세의 어린 나이로 데뷔했다. 지금은 꽤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아이돌들이 흔하지만, 그때만 해도 '소녀 가수' 보아에게는 여러 시선이 따라 붙었다. 세상을 뒤흔드는 시작에는 늘 반작용이 따르듯이 보아의 출발도 그랬다. 그러나 보아는 "어린 아이가 학교는 안 다니고 춤을 추러 다닌다"는 중장년층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도, "우리 오빠들과 한 무대에 있다"는 청소년층의 오해 섞인 질투에도 피나는 노력과 열정으로 자신의 진가를 설득시켰다.

▲ 보아 해외 앨범 재킷. 제공| SM엔터테인먼트
보아의 일본 시장 개척으로 K팝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데뷔 이듬해인 2001년 일본에 진출한 보아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했다. '아이디: 피스 비' 일본어 버전을 시작으로 '어메이징 키스', '기모치와 츠타와루', '리슨 투 마이 하트' 등을 연이어 발표한 보아는 일본인이 주목하는 가수가 됐다. 작은 체구에도 무대를 꽉 채우는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 춤과 라이브를 동시에 소화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폭발적인 가창력은 일본인들에게 보아의 저력을 각인시켰다. 

이후 보아는 한일 양국 가요계의 정상에 올랐다. 2002년 한국에서 '넘버 원'을 발표한 보아는 공전의 히트로 'SBS 가요대전' 최연소 대상 등 각종 시상식 대상을 휩쓸었다. 다음해 일본에서 발표한 일본 2집 '발렌티'는 발매 당일에만 100만 장이 넘는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며 2주 연속 오리콘 차트 1위에 등극했다.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일본에서 음반 판매량만 1000만 장을 돌파했고,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대표 연말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6년 연속 출전하며 자국 스타만큼이나 일본에서 사랑받았다. 

▲ 보아.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지금은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 K팝 후배들의 뛰어난 성취로 빌보드, 오리콘차트 등의 기록이 우리에게도 꽤 친숙해졌지만, 보아는 해외 시장의 길을 닦은 선구자다. 일본을 넘어 2009년 미국에도 진출한 보아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 '보아'로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누군가는 보아의 미국 진출이 실패라고도 평가하지만, 빌보드 메인 차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미국 시장에서 K팝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이자 쾌거다. 분명히 보아의 거침없는 도전은 현재 글로벌에서 활약하고 있는 K팝 가수들의 든든한 토대이자 기반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보아의 행보는 음악 뿐만 아니라 음악이 전달하는 서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대부분의 여성 솔로 가수가 '섹시함'으로 팬들을 유혹할 때, 20살이던 보아는 '걸스 온 탑'으로 "나는 나인 걸, 누구도 대신 하지 말아. 내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싶어. 그늘에 갇혀 사는 여자를 기대하지마"라고 관념을 전복했다. 30대가 된 2018년에는 '우먼'으로 한층 진화한 자신을 노래한다. '제2의 누구'가 아니라 '가장 나다운 나'를 표방하는 30대의 보아는 더욱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있는 그대로 빛나는 진정한 우먼"이라고 스스로를 드러낸다.

▲ 보아. 제공| SM엔터테인먼트
2012년에는 자작곡인 '온리 원'으로 타이틀곡을 내세웠고, 2015년 정규 8집 앨범 '키스 마이 립스'는 전곡 자작곡으로 채웠다. 누군가의 멜로디와 잠깐 빌린 노랫말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었던 보아는 이제 자신만의 노래, 자기의 언어들을 나만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걸스 온 탑'과 '우먼'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처럼 보아는 대체불가, 유일무이를 꿈꿨고, 자신의 손으로 이를 이뤄냈다. 누군가 만들어준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는 '퍼포먼서'를 넘어 제 손으로 무대를 확장해내는 '프로듀서'로의 진화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그는 "노래가 춤이 좋아서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주년이다. 어떻게 보면 이제 막 가수로서 성인이 된 느낌"이라며 "내가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는 그날까지 지금처럼 응원해 주고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과거에 기대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면서, 이미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듯한 그의 행보는 여전히 보아를 빛나게 하는 동력이다. 20년이 흘러도 보아라는 브랜드는 우리를 궁금하게 하기에 그의 무대, 보아의 쇼는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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