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는 이제 주권에 의존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초반 성적이 부진했던 kt는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승부수를 던진 팀이다. 남들이 8월, 9월부터 시작한 총력전의 시점을 한참 당겨 6월부터 진행했다. “더 처지면 일찌감치 시즌을 접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발동했다.

시즌 중·후반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풀려 나갔다. 6월 1일 이후 kt는 87경기에서 52승34패1무(.605)를 기록해 이 기간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승률을 거뒀다. 그 결과 19일 현재 LG와 리그 공동 3위다. 리그 선두 NC와 경기차도 3경기다. 아직 장담할 수는 없지만,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파란불이 들어왔다.

그 와중에 고생한 선수들이 많았다. 불펜의 핵심인 주권(25)이 대표적이다. kt는 개막 마무리 이대은이 구위 저하 끝에 2군으로 내려가는 등 시즌 전 불펜 구상이 완벽하게 꼬였다. 가장 자신감이 있었던 전력이라 충격도 컸다. 믿을 만한 선수가 주권 외에는 마땅치 않았던 시기다. 그래서 주권은 나가고, 던지고, 또 나가고, 또 던졌다. ‘혹사’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강철 kt 감독도 주권의 피로도를 인정했다. 상위권까지 갈 길이 멀기에 주권을 계속 이렇게 내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6월부터 시작한 것이 불펜 재정비다. 주권의 짐을 나눠 들어야 했다. 그 노력은 대성공이었다.

주권은 5월과 6월까지 무려 27경기에 나가 28⅓이닝을 던졌다. 6월에는 15경기에서 15이닝을 소화했다. 당시 리그 불펜투수 중 가장 많은 호출이었다. 그러나 7월에는 10경기에서 8⅔이닝, 8월에는 12경기에서 8이닝, 그리고 9월 현재 8경기에서 7이닝을 소화했다.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경기 수 자체야 여전히 많지만, 이닝은 완벽하게 줄어들었다. 7~9월 모두 경기당 소화이닝이 1이닝이 채 안 된다. 합쳐도 25⅔이닝으로 5~6월 두 달에 비해 적다.

주권의 짐은 마무리 김재윤의 구위가 살아나면서 조금씩 줄어들더니, 유원상 이보근 조현우 등 하준호가 차례로 등장하며 계속 가벼워졌다. 여기에 선발까지 살아나면서 조기 투입되는 일 또한 확 줄었다. 19일 인천 SK전은 kt 불펜이 주권의 일거리를 얼마나 잘 나눠들었는지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kt는 비교적 빡빡한 경기에서도 주권 의존도를 최소화하며 5-0으로 이겼다.

5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배제성이 6회 1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kt는 불펜 가동에 들어갔다. 우타자들이 지나가고 좌타자 채태인이 나오자 좌타자를 겨냥해 몸을 풀던 주권이 바로 투입됐다. 주권은 채태인을 병살타로 잡아내고 공 4개 만에 위기를 정비했다.

이어 6회에도 좌타자 고종욱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주권이 던진 공은 단 7개. 시즌 중반 같았으면 최소 6회까지 책임지는 흐름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주권은 바로 하준호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kt는 이후 하준호 조현우 이보근 전유수가 차례로 등판해 주권의 몫을 나눠들고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강철 감독이, kt 불펜이 결국은 답을 찾아냈음을 과시하는 경기였다.

5~6월 많이 던진 여파로 7월에 부진했던 주권은 8월부터 다시 위력을 찾았다. 8월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고, 9월 8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2.57로 안정세를 이어 가고 있다. 동료들 덕에 시즌 30경기 안팎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소화이닝은 52이닝이다. 시즌 중반 우려했던 ‘70이닝 돌파’와 상당히 거리가 떨어졌다. 

여기에 25홀드를 기록해 홀드 부문 공동 1위이기도 하다. “이닝을 줄여줘야겠지만, 그래도 홀드왕 타이틀은 밀어주고 싶다”던 이 감독의 바람은 절묘하게 현실화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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