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13일 수원 키움전 5회초 도중 심판진에게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결국 이 감독은 퇴장 명령을 받고 덕아웃을 떠났다. ⓒ수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치열한 박빙 승부로 향하던 경기 중반, 사령탑이 자동 퇴장을 무릅쓰고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맞대결이 열린 1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 2-1로 kt가 근소하게 앞선 5회초 논란의 상황이 발생했다. 무사 1루 키움의 공격. 타석으로 들어선 박동원이 좌측 선상으로 빠른 타구를 날렸다. 3루심의 첫 판정은 파울. 그러자 키움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약 2분의 시간이 지난 뒤 심판진은 원심을 번복해 페어 판정을 내렸다. 상황이 무사 1루에서 무사 2·3루가 되자 kt 이강철 감독은 자리를 박차고 나와 격렬하게 항의했다. 타구가 2루타성이 아닌 단타성이었다는 점을 어필하며 2·3루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격렬한 항의 후 퇴장당한 이강철 감독
항의는 거셌다. 선수단에게 철수를 명령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잠시 당황한 kt 선수들은 덕아웃으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이 감독은 계속해 항의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번복된 판정을 고수했고, 비디오 판독을 불복해 선수단에게 철수 지시를 내린 이 감독을 퇴장시켰다.

당시 시점은 경기가 한창인 5회였다. 그런데도 이 감독은 비디오 판톡 불복 시 퇴장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항의했고, 결국 덕아웃을 떠나야 했다.

겉으로는 단순 항의 후 퇴장이었지만, 현재 kt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사령탑의 메시지가 담긴 제스처로 충분히 풀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 키움 박동원(왼쪽)과 kt 강민국. ⓒ수원, 곽혜미 기자
현재 kt는 창단 후 첫 가을야구 진출을 앞두고 있다. 2015년 1군 진입 후 몇 년간 최하위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지만, 이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승률 5할(71승2무71패)을 기록하면서 희망을 봤다. 그리고 올해 줄곧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시화됐다.

이제 문제는 최종순위다. kt로선 5위 역시 큰 선물이지만, 이왕이면 높은 순위에서 올 시즌을 마감해야 가을야구에서 더 큰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이 감독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선수와 코치로서 숱한 가을야구를 경험한 이 감독은 최근 들어 “2위와 3위, 3위와 4위, 4위와 5위는 다르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네고 있다. 가능하면 더 높은 자리에서 페넌트레이스를 마치자는 메시지를 선수단에게 던진 셈이다. 이날의 퇴장 상황도 이 감독의 의중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배치기 항의’로 화제 끌어
사실 이 감독의 격렬한 항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감독은 지난해 7월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비디오 판독을 놓고 거세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했다. 어필 과정에서 주심에게 배를 들이미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온화한 성품을 자랑하는 이 감독은 이른바 ‘배치기 항의’로 KBO 상벌위원회로부터 벌금 100만 원 제재를 받았지만, 이 장면은 kt 선수단을 후반기 들어 더욱 똘똘 뭉치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 kt 이강철 감독(맨 오른쪽)이 13일 수원 키움전을 승리로 장식한 선수들을 반기고 있다. ⓒ수원, 곽혜미 기자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kt는 이 감독 퇴장 이후 오히려 더 힘을 냈다. 비록 5회 2-2 동점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5회 공격에서 강백호의 중전 적시타로 3-2로 달아난 뒤 6회와 7회 추가점을 더해 7-3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kt는 LG 트윈스를 3위(74승3무57패)로 끌어내리고 2위(74승1무56패)로 올라섰다.

지난해 가을야구 문턱에서 좌절한 kt는 사령탑의 격렬한 항의 속에서 포스트시즌 무대로 발걸음을 한 발짝 더 가까이 둘 수 있었다.

먼발치에서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 감독은 “사령탑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보여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