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츠 감독은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클레이튼 커쇼를 한박자 빨리 강판시키는 전술로 결과적인 성공을 거뒀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2016년 팀의 지휘봉을 잡은 뒤 매년 정규시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프런트·선수단과 의사소통이 원활한 편이었고 장기 레이스를 관리하는 능력에서도 이제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매년 비판에 시달렸다. 투수를 일찍 교체해도, 늦게 교체해도, 대타를 써도, 그렇지 않아도 ‘실패’에 대한 비판은 오롯이 로버츠 감독에게 쏠렸다. 사실 고집이 있었고 몇몇 타이밍을 놓친 건 사실이다. 잘한 것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저스가 가을에 항상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면서 로버츠 감독은 공은 완벽하게 묻히곤 했다.

올해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도 불펜 운영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3승1패를 만들 수 있었는데 2승2패가 됐다”는 것이었다. 결과론적인 비판이지만 로버츠 감독은 이를 겸허하게 수용했다. 그리고 5차전에서는 적절한 투수 교체로 호평을 받았다. 한 경기 만에 현지 언론의 평가 또한 완벽하게 달라졌다.

다저스는 26일(한국시간) 탬파베이와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4-2로 이기고 이제 우승까지 딱 1승을 남겼다. 사실 탬파베이의 추격에 시달렸던 다저스였다. 하지만 적절한 용병술이 통하며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27일 5차전의 승부처를 네 가지로 뽑았다. 비교적 잘 던진데다 투구 수도 아직은 여유가 있었던 선발 클레이튼 커쇼를 6회 2사에 교체한 것, 그 다음 투수가 더스틴 메이였던 것, 상대의 대타 카드에 맞서 빅토르 곤살레스를 투입한 것, 그리고 경기 마무리를 켄리 잰슨이 아닌 블레이크 트라이넨에게 맡긴 것이었다. 

이 매체는 가장 논란이 된 커쇼 교체에 대해 학습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관중들도, 팀 야수들도 커쇼의 강판에 대해 내키지 않는 반응이었지만 로버츠 감독의 결단은 성공했다. ‘디 애슬레틱’은 “과거 포스트시즌에서 로버츠에 대한 비판은 상당 부분이 커쇼에 관련된 것이었다. 너무 오래 붙들고 있을 때도, 짧은 휴식을 취하고 나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로버츠는 올해 커쇼를 더 신중하게 관리했다. 공교롭게도 커쇼는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탬파베이의 좌타 대타 카드(쓰쓰고·최지만) 투입 상황에서 최지만 타석 때 곤살레스를 투입한 것도 전략적인 성과라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로버츠는 탬파베이가 최지만을 불태울 것(좌완으로 교체되면 최지만 대신 우타자를 내보내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곤살레스가 우타인 브로소와 아로자레나를 상대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로버츠는 곤살레스의 슬라이더가 포스트시즌 내내 패스트볼 공략을 잘했던 아로자레나를 상대로 좋은 매치업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라이넨의 투입 또한 “잰슨은 올해 3연투를 하지 않은 반면, 트라이넨은 이미 포스트시즌에서 두 차례나 (3연투의) 좋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고 했다. 잰슨이 투입되는, 트라이넨이 투입되든 만약 9회 경기가 뒤집히거나 동점이 됐다면 어차피 로버츠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매치업과 투수 특성, 컨디션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로버츠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디 애슬레틱’은 “로버츠는 1차전에서 적절한 시기에 커쇼를 뺐다. 그는 2차전에서 우리아스의 4차전 활용을 염두에 두고 투입하지 않았다. 다저스 또한 대부분의 팀과 마찬가지로 프런트가 경기 기획에 중요한 몫을 한다”면서 “커쇼, 잰슨, 워커 뷸러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물론 포수 오스틴 반스의 비중을 확대하고 벤치를 잘 활용하는 것까지 로버츠 감독은 대부분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옹호했다. 이제 비판을 잠재울 마지막 한 경기가 남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