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생 황금세대’ 대표주자 김태균(왼쪽)과 정근우가 나란히 현역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20년 전 함께 등장해 한국야구를 이끈 주역들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짙다. ⓒ곽혜미 기자
-‘1982년생 황금세대’ 김태균-정근우 은퇴
-추신수, 이대호 등과 함께 한국야구 이끌어
-그러나 세월의 무게 앞에서 하나둘 작별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2000년 8월 14일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결승전은 한국야구의 중흥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당시 고(故) 조성옥 감독이 이끈 한국은 결승전에서 미국을 9-7로 꺾고 통산 3번째로 세계무대 정상을 밟았다.

이역만리에서 낭보를 전한 선수들은 곧장 한국야구를 이끌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주인공은 MVP 추신수를 비롯해 이대호와 정근우, 김태균 등 앳된 얼굴을 띤 고등학교 3학년들이었다.

야구계는 이들을 ‘1982년생 황금세대’로 불렀다. 이들보다 9년 먼저 태어난 박찬호와 임선동, 故 조성민, 박재홍 등 ‘92학번 황금세대’의 뒤를 잇는 새로운 동갑내기 친구들의 등장을 반기면서였다.

▲ 2016년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태균(왼쪽)과 정근우(가운데). 오른쪽은 최진행. ⓒ한희재 기자
이듬해 각기 미국 마이너리그와 KBO리그 그리고 대학 무대로 진출한 이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하나둘 존재감을 뽐냈다. 당시 대회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주축 외야수로 성장했고, 이대호와 정근우, 김태균은 각각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의 상징적인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1982년생 황금세대는 2010년대 들면서 기량을 꽃피웠다. 추신수는 2014년 대형 FA 계약과 함께 텍사스 레인저스로 향한 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거듭났고, 이대호와 김태균은 나란히 일본프로야구(NPB)로 진출하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또, 정근우는 태극마크를 달고 뛴 각종 국제대회에서 독보적인 리드오프 능력을 뽐내며 숱한 영광을 누렸다.

이처럼 거칠 것 없이 달려온 1982년생 황금세대. 그러나 자연의 섭리가 그러하듯 언제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는 없었다. 프로 데뷔 20년차를 맞는 2020년. 동갑내기 친구들은 하나둘 그라운드를 떠나며 한 시대의 석양을 맞이하게 됐다.

▲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대호(왼쪽)와 김태균. ⓒ곽혜미 기자
먼저 작별을 고한 이는 김태균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었지만, 쉽게 둥지를 찾지 못한 채 한화와 1년짜리 잔류 계약을 맺었던 김태균은 결국 지난달 은퇴를 택했다. 2020년 성적은 67경기 타율 0.219 2홈런 29타점. 이름값과 걸맞지 않은 결과였지만, 프로 통산 성적은 2014경기 타율 0.320 311홈런 1358타점으로 KBO리그 우타자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기록을 남긴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리고 8일에는 정근우가 이별을 택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로 건너온 정근우는 기대와 달리 백업으로만 그치면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시대의 변화 속에서 현역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아직 추신수와 이대호가 건재하고, 이들과 마찬가지로 1982년생 황금세대를 이루는 오승환도 후배들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김태균과 정근우의 동반 은퇴는 20년 전 혜성처럼 등장했던 한국야구 대들보들의 이별을 처음 알렸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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