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연속 MVP 득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전성기를 알린 류현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MLB) 입성 당시까지만 해도 ‘잘 던지던 투수’였던 류현진(33·토론토)이 30대 들어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아시아 투수로는 첫 2년 연속 사이영 3위 이내 및 최우수선수(MVP) 부문에서 득표를 하는 등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MLB 사무국은 13일(한국시간) MLB 네트워크의 특집 방송을 통해 2020년 양대리그 MVP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 결과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호세 아브레유, 내셔널리그에서는 프레디 프리먼이 영예를 안았다. 두 선수 모두 주 포지션은 1루수로, 1루수가 양대리그 MVP를 나란히 석권한 것은 역대 네 번째다.

그런데 류현진의 이름이 다시 화제로 떠올랐다. 전날 사이영상 투표에서 아메리칸리그 3위를 차지한 류현진은 이날 MVP 투표에서도 공동 13위에 오른 것이다. 탬파베이와 휴스턴 담당기자에게 1표씩(8위표·10위표)을 받았다. 

대개 MVP는 야수들의 전유물이다. 매 경기에 뛰는 야수들의 가치가 훨씬 더 높다는 정서가 MLB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활약이 아니라면 투수가 MVP 표를 받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류현진은 셰인 비버(클리블랜드·173점) 다음으로 많은 점수를 얻었다. 오히려 사이영상 투표에서 류현진에 앞서 2위를 기록했던 마에다 겐타(미네소타)는 득표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지난해에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아메리칸리그에서 3위다. 2년 사이에 양대리그에서 모두 ‘TOP 3’를 기록한 것은 아시아 투수 중 류현진이 처음이다. 여기에 2년 연속 MVP 투표에서도 20위 내에 포함된 아시아 최초의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19위를 기록했다. 

많은 아시아 선수들은 이미 일본이나 한국에서 경력을 쌓고 MLB에 온다. 그래서 신인왕 투표에서는 초강세를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사이영, 그리고 투수 MVP 득표는 사실 사례를 찾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당장 아시아 최다승(124승)인 박찬호만 해도 사이영이나 MVP 투표 명단에 오른 적은 없었다.

가장 투표에 많이 오르내렸던 아시아 투수는 역시 다르빗슈 유(34·시카고 컵스)라고 할 만하다. 다르빗슈는 데뷔 시즌이었던 2012년 신인왕 3위·사이영 9위, 이듬해인 2013년 사이영 2위·MVP 22위에 올랐다. 한동안 득표하지 못하다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 2위·MVP 14위로 부활했다. 그러나 류현진처럼 2년 연속 MVP 득표를 한 적은 없다.

야수쪽으로 보면 스즈키 이치로라는 거목이 있다. 이치로는 데뷔 시즌 신인왕과 MVP를 석권하는 신화를 만들었다. 이후에도 MVP 득표 명단에만 8차례 이름을 올렸다. 마쓰이 히데키는 2004년 MVP 24위, 2005년 MVP 14위였다. 한국인 선수로는 추신수가 2010년 MVP 14위, 2013년 MVP 12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2013년 12위는 한국인 MVP 투표 역사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몇 년 전 우리가 추신수의 전성기를 경험했다면, 이제는 류현진의 전성기도 지켜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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